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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나루 Jun 09. 2021

두통 보톡스 치료

피부에 놓는 가장 아픈 주사

지난 화요일(6/1)은 거의 한 달이 넘도록 자의 반 타의 반의 칩거를 마치고 처음으로 잠시 외출을 한 날이었다. 비록 병원으로의 외출 불과했지만 변덕스러운 환절기 날씨에 휘둘려 매일을 끔찍한 통증에 시달리며 지옥 같은 시간을 살던 나에겐 한낮의 시원한 바람처럼 후련히 내리는 스콜 같은 조금의 설렘이 깃든 외출이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었다면 그날의 진료가 단순히 일상적인 경과를 보거나 약을 조정하는 진찰이 아닌 '두통 보톡스'를 시술하는 진료였다는 것일 뿐.




보톡스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알고 있는 주름을 없애는 대표적인 기능 외에도 여러 가지 방면으로 사용되는데 그중에 통증을 가라앉히는 신통방통한 능력을 가진 이다.

두통 보톡스 같은 경우는 환자가 두통으로 인해 일상생활 자체가 힘들어질 경우에 시술하게 되는데 환자의 이마, 귀 윗부분, 뒤통수와 목덜미 등 편두통을 일으킬 수 있는 서른한 군데의 신경 부위에 주사제를 투여하는 방식이다. 편두통을 일으키는 CGRP라는 신경 물질을 보톡스 성분이 억제하면서 두통을 가라앉힌다.(출처: ebs 지식 클립)

EBS명의 출처. 보톡스 시술 부위

두통 환자에게 보톡스 주사치료를 통해 뇌에서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의 생성을 억제하고, 뇌의 통증에 대한 과민을 줄여 두통의 강도와 빈도를 낮추는 것이다.




각설하고 가 하고픈 얘기는 이 보톡스 주사라는 게 많이 아프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일 년 12달, 한 달 30일, 하루 24시간, 한 시간 60분, 일분 60초.... 하루 24시간 중  일분일초도 두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난 치료조차 소름 끼치도록 아픈 시술을 받아야 한다는 게 많이 힘들다.


짜증나게 아픕니다.제엔장!!!


두통 보톡스에 대해 설명하는데 따르면 통증을 일으키는 곳 서른한 군데에 주사를 맞는다고는 되어있다. 하지만 다른 통증 (CRPS,섬유근육통.) 등으로 몸의 통증 지수가 올라가 있고 이미 오랜 시간 심한 두통에 시달린 데다 두통의 양상이 안구통과 안면통, 만지기만 해도 극심한 통증이 느껴지는 피부 통증으로 이어진 상태라 서른한 군데가 아닌 40~50대에 가까운 주사를 맞아야 하고 맞고  나면 어지간한 통증엔 눈 한 번도 깜박거리지 않는 나도 시술 말미 눈꼬리에 눈물이 맺히곤 한다.

조금 연세가 있으신 어르신 들이나 엄살이 심한 남자분들의 경우엔 간혹 진료실 바깥으로 짜증 섞인 투덜거림이나 비명? (또는 정말 가끔 욕설)이 들려오곤 한다.


두통 보톡스 시술 후엔 4~5일의 안정기를 가져야 하고 3개월 정도는 두통의 강도나 빈도가 줄어든다고 한다.(가슴 아프고 또 무엇보다 돈 아깝게도 솔직히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ㅜㅜ)

비용도 제법 비싸서(50~60만 원 정도 청구됩니다. 저는 3차 의료 기관이고요. 병원마다 차이는 있을 겁니다.) 꼭 효과가 있기를 바라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하는 치료일 뿐 그다지 큰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치료를 멈추지 못하는 이유는 어떤 병의 어떤 치료가 됐던 멈추는 순간 지금껏 버티고 유지하던 내 삶의 의지를 놓칠 것 만 같은 두려움 때문이다.

통증이 무지막지 끔찍하게 아파 삶이 지옥같이 느껴지든, 치료가 아무리 힘들어 매일같이 겪는 모든 말할 수 없는 통증보다 더 아프고 괴롭더라도 그건 아직 내가 참고 살아 남아 보려 발버둥 치고 있다는 반증이 되기 때문에 내게 아무런 소용이 없는 짓이 될지언정 나는 무엇이든 시도하지 않을 수 없다.


희귀 난치 질환을 앓으며 희귀 난치 질환을 앓는 엄마를 돌보는 딸을 위해,

그리고 희귀 난치 질환을 앓으며 희귀 난치 질환을 앓는 딸이 낫는 것을 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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