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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나루 Mar 16. 2022

제가 완전 고장이 난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강나루입니다.

딸의 뇌에 새롭게 활성화된 병변을 발견하고 2차 치료제로 바꿔 복용한 후 약이 독해 따라오는 증상인지, 약의 부작용 때문인지 아이가 견디고 버티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급격하게 체중이 감소해 3주 만에 6kg이 빠졌습니다. 음식 먹는 것을 힘겨워해 하루에 한 끼 새 모이만큼 먹고. 그마저도 먹고 나면 토할 것 같은 울렁거림을 견뎌야 합니다.

입버릇처럼 '어지러워'란 말을 달고 살며 언제나 그 자리에 있던 가구나 의자를 처음 본 부딪히고 다닙니다. 귀는 먹먹하다 못해 깊고 어두운 물속에 잠긴 듯 온갖 소리가 뭉개져 들리고 그 와중에 조금이라도 큰 소리는 뇌를 휘젓는 듯한 통증이 뒤따라와 평생 겪어 본 적 없는 예민함에 시달리 니다.

그런 예민함이 극에 달해 저를 돌보던 그 어느 때보다 지치고 힘에 겨워 스스로를 주체하지 못해 괴로워합니다.


게 나으라 먹는 선약(仙藥) 인지 죽으라 먹는 독약(毒藥)인지 우매한 어미는 알 길이 없습니다.




고장이 났습니다.

글마저도 써지지 않요.

잠은 원래도 엉망진창이었지만 제 삶에서 그나마 조금 남아있던 잠이라 부를 수 있던 모든 것이 사라진 지 3주가 넘어갑니다.

음식도 역시 소식이었지만 지금은 아예 배가 고프지 않아요. 그나마 새 모이만큼 이라도 먹는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아시겠지만 아픈 딸이 한 숟가락이라도 먹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많은 병들을 앓고 있어 병의 증세로도 겪어 알고 있는 일이고 이미 독하고 무서운? 약들을 오랫동안 먹었기 때문에 딸이 겪는 고통과 힘듦이 어떤지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너무나 다행이지만(딸의 힘듦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요), 그래서 딸을 보고 있는 것이 더욱 힘에 겹습니다. 끊임없이 만져주고 쉬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사는 게 참 쉽지가 않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 아프면 팔 베개를 해주고 껴안고 누워 '엄마가 미안해. 건강하게 나아주지 못해서 미안해.'를 주문처럼 외웠습니다.

지금은 저보다 훌쩍 커버려 제 보호자 노릇을 하는 딸의 아픈 모습을 보며 안고 재워 주진 못한다 해도


"엄마가 다 알아. 많이 힘들지? 미안해."


고 말해주 있니다.

힘든 시간들이 빨리 지나가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고장 난 저희가 잘 고쳐질 수 있도록 용기와 인내구합니다. 불치병 엄마를 간호하는 불치병 딸에게 힘을 보태주세요.

기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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