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부작용으로 대장염을 심하게 앓고 이사를 하고 일 년 중 가장 힘든 시기를 건너고 있는 중이라 제가 겪고 있는 모든 통증들에 맞춰 처방된 진통제들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어요.
처방된 양보다 많은 양을 더 짧은 시간 동안에 복용하고 있었지만 상태는 좋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요. 코로나가 있기 전에는 1년에 많으면 4~6번, 적어도 3번 이상은 입원해서 Wash out을 통해 몸에 쌓인 독한 약물을 씻어내고 다시 리셋하는 과정을 거치며 견뎠는데 코로나가 시작된 후로는 입원하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은 일이 돼버렸습니다.
작년 이맘때에 뇌동맥류 수술 후에 Wash out을 한걸 마지막으로 1년을 버텼네요. 이번 진료에서 입원장을 발부하셨고 빈 병실이 생기는대로 입원을 해서 또 통증을 더 오래, 더 많이 참을 수 있는 몸으로 만들어 돌아오게 될 것 같습니다. 아! 입원했을 때 두통 신약 주사도 시작할 거 같아요. 좋은 결과가 있기를 진심으로 기도하고 바랍니다. 저를 이끄시는 주님께서 저와 함께 하시니 큰 걱정은 안 하렵니다.
이제 의견을 나누고 싶은 얘기를 해볼게요. 물론 어차피 결정은 제 몫이 되겠지만 그래도 의견을 들어보고 싶어서요.
제 두통은 난치 판정을 받은 아주 고약한 놈입니다. 비교적 치료가 순조롭던 중에 CRPS가 생겨 통증 수치가 높아지면서 엉망진창이 돼버렸죠. 정말 어렵고 힘든 제 병을 포기하지 않고 15년 동안 노력해 주셨던 교수님께서 제 입원을 끝으로 병원을 옮기신다고 하십니다. 그러시면서 다른 분들은 몰라도 저는 함께 옮기길 원하셨어요.
그리고 아시안인 여성 최초로 두통 관련 저널에 논문이 실릴 정도로 능력 있고 저명한 실력파 교수님이에요.
단순히 물리적인 조건만 보자면 병원이 1시간 반이 넘는 시간이 걸리는 거리로 멀어진다는 것과 입, 퇴원 시에도 집과 거리과 멀다는 건 많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얘기가 되기도 하니까요. 차의 통행이 24시간 러시아워인 동네에 있는 대형 병원입니다.
또, 지금까지 정신과와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처방하던 약도 조금은 달라질 것이고... 하지만, 두통에 관해선 다른 어떤 의사도 믿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일단 교수님이 옮기고 제가 남는다는 전제하에 믿고 맡길만한 비슷한 커리어의 의사가 전무해요. 후배는 말할 것도 없고요. 그래서 더 불안해하시는 것 같아요.
보통 혈관성 두통(편두통) 중증은 한 달에 3회 이상 일상생활을 못할 정도로 아프면 중증이라고 말하는데 저는 한 달에 하루도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날이 없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교수님이 안 계시는 걸 상상할 수도 없는 거고요.
그런데 두통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가 멀미가 엄청 심해요. 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옮긴다면 이제부터 입원도 바뀐 병원에서 해야 하는데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그리고 교수님이 가시고 나면 다른 선생님께서 제가 Wash out이 필요한 상태의 환자라는 걸 알게 되는데 얼마의 시간이 필요 할까요. 이 Wash out이 제게 꼭 필요한 시간 이라는 걸 인지 하기는 할까요?
제가 지금 이 병원에 남아 다른 선생님들과 합을 맞춘 상태에서 새로운 선생님을 바꾸고 적응하는게 나을까요. 아니면 기존의 선생님을 따라가고 어벤져스 같았던 나머지 선생님들과의 공조를 깨는게 옳은 방법 일까요?
생각이 많아 너무 횡설수설거려서 죄송합니다. 어쨌든 전하고자 하는바는 이해 되셨으리라 믿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