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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나루 Apr 01. 2024

불면증과 공황장애

불면증 부작용시 발생하는 공황장애의 공포

처음 공황 발작을 경험한 후로 벌써 2의 시간 흘렀다. 


여러 번의 발작을 경험하긴 했지만 한 번도 혼자 있는 순간에 공황이 생긴 적은 없었다.

그러니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그랬기에 힘들고 무서운 시간들을 견뎌낼 수 있었다. 물론 해리 장애가 있는 내 기억을 온전히 믿을 순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란 옛말 다시금 뼈에 사무치는 요즘이다.


작년 5월경부터 급속도로 몸무게가 빠지며 문득 나를 둘러싼 공기가 일렁이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심각한 불안증과 해리장애, 공황장애가 뒤범벅이 되어버렸다.

모두가 잠든 깜깜한 밤에 9알이나 되는 수면제를 삼키고도 잠이 오지 않는 시간을 몇 시간씩 견뎌낸다. 막상 이른 새벽을 맞아 잠이 쏟아질 무렵이 되면 어느 순간 어항에서 꺼내어져 마룻바닥에 내팽개쳐진 금붕어 마냥 숨을 헐떡다. 그렇게 숨을 헐떡이다 못해 팔이 뒤틀리고 헐떡이는 숨과 뒤틀리는 팔을 견딜 수가 없어 옷과 몸을 잡아 뜯기 시작한다. 그리고 잠을 자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노력하게 된다. 고용량의 자낙스나 디아제팜을 찾아 먹어야 하지만 수면제에 취하고 잠에 취해 그 생각은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

하루 종일 회사 일과 집안일, 아픈 나를 돌보며 노견을 케어하고 막내 리아 산책까지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딸이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을 망칠 수는 없어 미치도록 무서운 시간은 이제 온전히 내 몫이 돼버렸다.


방바닥을 뒹굴며 발악이라도 하고 싶다.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고 싶다. 온몸이 떨리고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숨이 쉬어지지 않아 가슴팍을 두드리고 쥐어 잡아 뜯어낸다. 당장이라도 기절해 온몸이 방바닥으로 곤두박질쳐질 것 같아 심장이 터질 것만 같다. 이런 순간을 위해 침대 옆에 놓아둔 약을 찾아 먹고 이 공포가 어서 지나가길 바라는 것이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수면제에 너무 취해, 아니면 해리 증상이 생겨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에 이 모든 걸 견디다 못해 베란다 밖으로 몸을 날릴 것만 같은 생각에 떨리는 몸과 마음을 진정시킬 수가 없어진다.

잠이 쏟아지는 순간에도 잠이 들 수 없었던 건 나는 잠을 자고 있다고 생각한 때에 다시 일어나 집안을 돌아다니며 뜨거운 물을 쓰고, 칼을 쓰고, 불을 쓰는 내가 마침내는 나를 원치 않는 죽음으로 이끌 것 같은 공포 때문이다.

죽고자 마음먹고 죽는 것은 상관없으나 살고자 마음먹었을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그 어떤 무서움과도 비견할 수 없는 공포이고 난센스 같다.


잠을 자지 않으려 하는 이유와 잠이 들려고 만 하면 공황발작이 생기는 이유를 병원도, 나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다만 짐작하기로 과도한 스트레스나 바뀐 주변의 상황, 환경을 얘기하기도 하고 잠이 들면 꾸는 악몽이나 자각몽 때문일 수도 있다는 광범위한 이유를 대답으로 들을 수 있었다. 말인즉슨 어차피 그 모든 것들이 지금껏 그랬듯 나 스스로 극복하지 않고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살아야 한다. 견뎌야 한다. 잠도 자야 한다.

나를 바라보는 말간 눈망울이 여섯 개나 된다.

내가 혼곤한 잠에서 눈을 뜨면 침대로 다가와 컨디션을 체크하고 말을 나누는 딸과 한시도 내 옆을 떠나지 않고 지키며 숨을 나누는 나의 효견 ,  털이 소복한 꼬리를 날리며 달려와 엄마의 기분부터 살피는 우리 꼬맹이 리아를 위해서 나는 나 자신을 지키고 견뎌야 한다.


나중은 어떨지 모른다.

하지만 1분 1초도 몸에서 통증이 떨어지지 않는 이 상황 속에서 일단은 살기로 마음먹은 나는, 아니 열심히 살아 보겠다고 마음먹은 나는 오늘도 한 손엔 수면제를 또 한 손엔 자낙스를 쥐고 오늘 밤의 전투를 치를 준비한다.

오늘 밤의 전투에서도 치명상을 입지 않고 무사히 생환할 수 있기를... 혼자 견뎌야 하는 깊은 불면의 밤과 공황발작의 공포를 담대히 이겨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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