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키다리 아저씨에게…
알베르토 자코메티 (Alberto Giacometti, 1901~1966)
나의 키다리 아저씨에게...
죠슈아는 요즘 유튜브 채널을 통하여 키다리 아저씨를 보느라 밤을 지새우고 있다. 이번 전시에 자코메티의 걸어가는 남자(The Walking Man) (철사처럼 가느다랗게 주조한, 걷고 있는 남자. 그의 한쪽 다리는 걸어갈 때의 모양 그대로 굽어 있다. 그는 결코 멈춰 서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대지 위를, 말하자면 지구 위를 정말로 걸어가고 있다. - 자코메티의 아뜰리에 中) 시리즈에 관한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기획 중인데, 드로잉 <projet pour un livre Ⅲ-책을 위한 프로젝트>, (1951) 작품을 보자마자, 키다리 아저씨와 만화 주인공인 주디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주디는 태어나자마자 버려져 고아원에서 자랐고, 이런 처지의 그녀에게 명문 하이스쿨을 보내준 후견인 키다리 아저씨의 모습은 거대하고 기다란 검은색의 그림자의 모습으로만 각인되어 있었다. 주디에게 키다리 아저씨는 따뜻하고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자, 기대에 부응하여 잘 보여야만 하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밝고 환하기만 한 그녀의 내면에는 외로움과 고독함이 가득했지만 훗날 키다리 아저씨에게서 주디는 외로움과 고독함을 치유받게 된다.
‘끈기 있게 꿈을 끌어당길 힘을 갖춘 너를 다들 알아줄 거야~’ 엔딩곡과 함께 이제 막 키다리 아저씨가 끝났고, 죠슈아는 <projet pour un livre Ⅲ-책을 위한 프로젝트,> (1951) 작품에 눈길을 돌린다. 드로잉 속의 커다란 사람은 키다리 아저씨로 작은 사람은 주디로 겹쳐 보이는 순간에, 어느 좁은 골목 안의 어두침침한 집 앞에 다다랐다. 죠슈아는 그곳의 계단을 내려가 너저분하고 정리가 안되어 있는 어느 조각가의 아틀리에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서자마자 작고 큰 사람의 조각상들이 죠슈아에게 성큼성큼 다가와, 그윽하고 도전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는 처음에 느낀 두려움과 생경함이 이내 동병상련의 외로움과 고독으로 변해가며 따스한 평정심에 젖어들기 시작한다. 분명 아름답지 않고 오히려 추하게까지 느껴지는 그들과의 악수와 포옹에서 따뜻한 체온과 감정을 느끼고 있던 찰나, 누군가의 탄식하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제대로 하는 게 없어~ 지금까지 내 모든 작품은 전부 미완성이야~ 다시 지우고 그려야 해~ 찢어버려야겠어!” 미친 듯이 그리기에 열중하고 있는 이는 분명 자코메티였다.
얼마 후 자코메티는 그의 앞에 있는 누군가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리거나 조각하는 초상화들은 개성을 가진 개인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 똑같고 동시에 영원토록 낯선 존재들이야! 그리고 내 작품을 보기 위해서 가까이 다가가는 일은 헛수고라네~ 나로부터 열 발자국이나 스무 발자국 떨어져 있는 인물상을 만들기 때문이라네~ 참! 1949년에 만든 커다란 크기의 <걸어가는 남자> 시리즈들을 보면 내 조각들이 아주 가늘어지는데 말이야… 이것은 인간이 걸어 다닐 때면 몸무게의 존재를 잊어버린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기 위해서였어~ 자네가 만약에 위험과 모험을 감수하고 내 작품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그곳에서 당신 자신과 만나게 될지도 모르네…”라고 말하며 죠슈아를 향하여 몸을 돌렸다.
그 순간 죠슈아는 얼굴이 붉게 상기되며 정신을 번쩍 차렸고, 신혼여행 중인 제인에게 도착한 메시지의 알림음 소리가 난다. “죠슈아~ 저번에 말했던 큐레이터 기억나지? 자코메티 전시에 도움을 주시기로 했어. 이름은 저비스~ 연락처와 인스타그램 계정을 알려 줄 테니 잘 부탁해!”
‘저비스라니!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죠슈아는 키다리 아저씨와 같은 이름에 다시 한번 얼굴이 붉어지며, 노트북을 켜고 이번 전시 스케줄을 살펴보기 시작한다.
참고서적 장 주네 Jean Genet,《자코메티의 아틀리에》, 열화당 / 베로니크 와이싱어 Véronique Waisinger, 《자코메티 도전적인 조각상》, 시공사
참고 영화 스탠리 투치 Stanley Tucci, 《Final Portrait 파이널 포트레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