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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죠슈아 오 Dec 31. 2020

1PAGE 아트 레시피, Page 7

고독하려면, 에드워드 호퍼의 바닷가 방에서...

Rooms by the Sea, 1951






에드워드 호퍼 (EDWARD HOPPER, 1882~1967)

고독하려면, 에드워드 호퍼의 바닷가 방에서...




죠슈아는 제인과 그녀의 남편 라파엘, 태림, 저비스와 함께 노르망디의 Deauville(도빌)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저비스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현대미술관의 큐레이터이자 제인과는 오래된 지인이고, 죠슈아에게는 신혼여행을 떠난 제인을 대신하여 자코메티전의 도움을 준 고마운 존재이다.                      


하지만 죠슈아와 이들 넷은, 휴가가 끝나기 전에 ‘도빌에서 예술적 영감을 대하는 자세’를 각자 고민하여 마지막 날에 이야기해보기로 한지라 마냥 즐기기만 할 수는 없었다. 여유롭게 산책하던 중에도 약속이나 한 듯이 루이뷔통 숍의 윈도 앞에 멈춰 서서, 실내조명과 함께 햇빛까지 받아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루이뷔통 로고가 새겨진 돌 가방을 함께 응시하기도 했다. (이 돌 가방은 한국 조각가의 작품으로 실제 전시했던 장소는 다르다.)

이들은 골목을 따라 산책을 마친 후 각자 시간을 갖기로 하고 흩어졌다. 죠슈아는 서둘러 해변가로 걸어 들어가서 밀려오는 바닷물이 닿을락 말락 한 곳에 멈춰 섰고, 눈부시게 아름답고 청명한 바다와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러던 어느 순간, 아래로 떨어질 것만 같은 느낌 때문에 가슴이 철렁하고 숨이 멎을 뻔하여 눈을 번쩍 떴다.


 죠슈아의 발끝은 문이 없어 한 발만 내밀면 바로 바다로 연결되는 바닷 가방의 끝자락에 간신히 버티고 있었고, 그녀는 이내 에드워드 호퍼의 바닷가 방<Rooms by the Sea>, (1951)이라는 걸 알아챈다.

 <Rooms by the Sea>, (1951) 작품은 아래로 바닷물이 내려다 보이는 절벽에 햇볕을 가득 머금고 있는 외딴 작업실(대부분의 여름을 지낸 매사추세츠주 케이프 코드에 자리한 호퍼의 아뜰리에)의 뒷문에서 본모습과 거의 흡사하지만, 실제 장소가 아닌 현실적이면서 동시에 초현실적이며 추상적으로 표현된 고독에 대한 은유의 장소이다. (‘그림이란 실제적 장소를 그대로 옮기는 작업이 아니라, 그곳을 이루는 여러 요소들이 제공하는 윤곽과 인상을 조합해 내는 것이다.’라고 에드워드 호퍼는 말했다.)

죠슈아는 새하얀 부채처럼 활짝 빛이 내려 쬐는 흰 벽에 기대어 앉은 채로, 알 수 없는 외로움과 고독에 젖어들었다. 지금 앉아있는 곳이 바다로 이어져 있어서 언제라도 뛰어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좌절감이 밀려드는 건 피해 볼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해야 이토록 아름답고 멋진 방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던 죠슈아의 귓가에 희미하게 어떤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죠슈아~ 이제 죠슈아 차례예요! 도대체 어떤 예술적 영감을 받았길래 그토록 심오하게 있나요? 무척 궁금해요!” 죠슈아는 적당한 격식을 갖춘 낯설고 친절한 목소리가 자신을 구원했다고 느꼈고, 이 감정을 들키지 않도록 살며시 눈을 떴다. 그는 저비스였다.

“저비스? 난 지금 니컬러스 크리스토퍼가 <Rooms by the Sea>, (1951) 작품을 모티브로 하여 만들어낸 단편소설의 한 구절이 떠오르는데요? 이 소설처럼 내가 원할 땐 언제라도 바닷가 방을 나갈 수 있도록 숲으로 이어진 두 번째 문이 있기를 바라요. 이 문이 험한 길로 이어져 있다고 할지라도 내 고독과 싸워서 이겨내야 의미 있는 삶이겠지요?”라며 강한 어조로 말하기 시작하자 저비스, 제인, 라파엘, 태림은 동시에 “자세히 좀 이야기해줘요~ 어서요!”라고 말하며 그녀의 주위로 모여들었다.


도빌에서의 황홀한 석양이 저물기 시작하고 폭죽이 줄줄이 터지며 여기저기서 환호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끝을 모르고 계속되었다. 여름휴가가 끝나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듯이...


‘집으로 들어가는 문은 두 개였다. 첫 번째 문은 가구가 없는 작은 방에 있었고, 곧장 바다로 나 있었다. 화창한 날 그 문을 활짝 열어 놓으면 사선으로 스며드는 햇살이 바다 가까이에 있는 벽의 절반을 대각선으로 비추었다. (중략) 그 집의 반대편, 현관에 있는 두 번째 문은 숲을 지나 도시 경계의 후미진 공원으로 이어지는 험한 길 쪽으로 나 있었다.’ (빛 혹은 그림자 中, 니컬러스 크리스토퍼가 <Rooms by the Sea>, (1951) 작품을 모티브로 하여 만들어낸 단편소설의 한 구절)





참고 서적   윤동주 外, 에드워드 호퍼 그림,《이파리를 흔드는 저녁 바람이》, 저녁달 고양이  / 니컬러스 크리스토퍼 外 , 에드워드 호퍼 그림, 《빛 혹은 그림자》, 문학동네, 2016                     

참고 영화   Gustav Deutsch, Shirley-Visions of Reality(셜리에 관한 모드 것),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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