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침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가곡 ‘목련화’를 들으면서 학창시절 어느 이른 봄날의 음악실 풍경이 떠올랐다. 음악 선생님이 성악을 전공하신 분이었는데 베토벤 같은 헤어스타일에 옷차림이 항상 멋졌다. 늘 그렇게 멋진 분으로 기억하는 음악 선생님이 그날 그랜드 피아노를 한손으로 짚고 깊은 목소리로 ‘목련화’를 불러주셨다. 영화같은 한 장면으로 기억한다.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희고 순결한 그대 모습 봄에 온 가인과 같고
추운 겨울 헤치고 온 봄 길잡이 목련화는…
그대처럼 순결하게 그대처럼 강인하게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나 아름답게 살아가리…
2.
갑자기 암이 발견되어 거의 2년간 치료를 하는 지인이 있다. 목소리를 들으면 서로 자기연민에 빠질 것 같아 그동안 전화 통화는 안하고 한달에 한번 문자 메시지만 서로 주고 받았다. 가끔 커피를 보내 주기도 하고, 맛있는 것 먹을 때 내가 잊지 않고 이렇게 맛있는 것 먹으면서도 당신을 떠올린다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지난 번에 에티오피아 갔을 때도 내가 에티오피아에서도 당신을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로 그렇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다 이제 우리 목소리를 들어보자고 메시지로 제안을 한 후 드디어 전화 통화를 했다. 좋았다. 바다가 가까운 곳에 사는 분인데 파도가 괜찮다고 해서 날씨가 좀 따뜻해지면 서핑보드 타러 가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순간들이 모여 행복한 나를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목련화 #음악선생님 #행복한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