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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오순 Feb 21. 2024

나를 행복한 사람으로 만드는 순간들


1.

아침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가곡 ‘목련화’를 들으면서 학창시절 어느 이른 봄날의 음악실 풍경이 떠올랐다. 음악 선생님이 성악을 전공하신 분이었는데 베토벤 같은 헤어스타일에 옷차림이 항상 멋졌다. 늘 그렇게 멋진 분으로 기억하는 음악 선생님이 그날 그랜드 피아노를 한손으로 짚고 깊은 목소리로 ‘목련화’를 불러주셨다. 영화같은 한 장면으로 기억한다.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희고 순결한 그대 모습 봄에 온 가인과 같고

추운 겨울 헤치고 온 봄 길잡이 목련화는…


그대처럼 순결하게 그대처럼 강인하게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나 아름답게 살아가리…


2.

갑자기 암이 발견되어 거의 2년간 치료를 하는 지인이 있다. 목소리를 들으면 서로 자기연민에 빠질 것 같아 그동안 전화 통화는 안하고 한달에 한번 문자 메시지만 서로 주고 받았다. 가끔 커피를 보내 주기도 하고, 맛있는 것 먹을 때 내가 잊지 않고 이렇게 맛있는 것 먹으면서도 당신을 떠올린다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지난 번에 에티오피아 갔을 때도 내가 에티오피아에서도 당신을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로 그렇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다 이제 우리 목소리를 들어보자고 메시지로 제안을 한 후 드디어 전화 통화를 했다. 좋았다. 바다가 가까운 곳에 사는 분인데 파도가 괜찮다고 해서 날씨가 좀 따뜻해지면 서핑보드 타러 가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순간들이 모여 행복한 나를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목련화 #음악선생님 #행복한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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