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을 떠나 오래 해외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대학 시절 지도교수님과는 여전히 연락을 주고받으며 가끔 만나 식사를 한다. 지난해에는 교수님이 도쿄를 여러 차례 방문하셨고, 우리는 함께 길을 헤매기도 하고, 아무 정보 없이 식당에 들어가 읽을 수 있는 메뉴를 골라 주문해 먹기도 했다. 그렇게 걷고 먹고 앉아, 서로의 공통 관심사에 대해 오래, 그리고 깊이 이야기했다.
에티오피아 커피 연구에서 파생된 ‘컵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무척 흥미로워하시며, 갑자기 예전의 교수님 모드로 돌아가 즉석에서 현상학 강의를 펼치셨다. 잠시나마 학부 시절 철학과 강의실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교수님은 몇 해 전 한국에서 나를 보았을 때는 사업을 하던 시기라 눈빛이 욕망(?)으로 번뜩였는데, 지금은 기름기가 빠지고 호기심으로 가득 찬 박사과정생 같다고 하셨다. 지금의 내가 참 좋아 보인다고 말씀하셨다. 생각해보면 요즘 일본에서의 나는 맨숭맨숭하게, 꽤나 심심하게 살고 있다. 교수님 눈에도 그렇게 보였나 보다.
*사진 설명
2023년부터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아시아커피로드’라는 대중강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동아시아편, 서아시아편을 마쳤고, 올해 5월에는 약 한 달간 동남아시아편(인도네시아, 베트남, 동티모르)을 강연할 예정이다. 강연 신청이 열리면 몇 초 만에 마감된다고 하니, 고맙고도 신기한 일이다.
2025년 12월 31일, 내가 자리에 없던 날 아시아문화전당의 전당장 표창장 수여식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공공기관에서 상을 받은 게 얼마 만인지. 담당자에게서 사진을 받았는데 조금 늦게 자랑한다. 요즘은 바빠서 자랑도 제때 못 한다.
사진 옆에 살짝 보이는 온누리상품권, 과연 얼마가 들어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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