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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과 함께 하는 온라인 북클럽

by 윤오순

전에 공연기획자로 일할 때 내가 올리는 공연의 공연장 1열은 시각장애인이나 그 보호자를 위해 늘 비워놨었다. 당시 아름다운재단이 ‘1% 나눔운동’을 했었는데 ‘1% 객석 나눔운동’으로 행사에 동참했었다. 그런 이유로 내가 준비하는 공연에는 시각장애인 안내견과 사용자들도 많이 왔었다. 피아니스트 한동일 선생이 서초동 예술의 전당에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을 연주할 때 8두의 안내견이 객석 1열의 주인들 앞에 다소곳이 앉아 함께 공연을 감상한 적도 있다.


가끔 시각장애인들만 초청한 무료공연도 기획해 그때는 포스터, 팜플렛, 안내책자를 전부 점자로 제작해 배포하기도 했었다. 그때 공연장에 온 분들이 늘 라디오나 씨디로 클래식을 들었는데 내 생애 처음으로 다음에 어떤 곡이 연주될 지 알면서 감상한 공연이라 너무 좋았다고 하셨고, 돈 많이 벌어 이런 공연 자주 개최해달라고 격려해주시는 분들도 많았다.


요즘은 공연 일을 안하니 다른 일로 시각장애인들과 정안인(시각장애인 분들이 그렇게 부르신다)들이 함께 하는 방법을 고민중인데 온라인 북클럽을 해보면 어떨까 싶다. 시각장애인 지인한테 물어보니 요즘 오디오북이 잘 나와서 점자책보다 오디오북 읽는 분들이 많아지긴 했는데 북클럽 활동이 그리 활발하지는 않다고한다.


처음에 매장에서 같이 커피 마시며 소규모로 운영해볼까 생각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이분들한테 외출이 너무 위험한 일이 되어서 아예 온라인으로 방향을 정했다. 요즘 온오프라인 북클럽들 둘러보고 있는데 온라인 활동은 너무 늦은 시간이 많아 나처럼 일찍 일어나는 새는 누워서 듣다가 그냥 잠들 때가 많다.


클럽하우스에서 정기적으로 책관련 활동하는 분들 보면 온라인 플랫폼으로 클럽하우스도 괜찮을 것 같은데 아이폰 유저들에게만 개방되어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이다.


#시각장애인들과함께하는 #온라인북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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