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맞는 방향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by 네오

“오빠, 현호 약사 할 거래.”


“현호가 몇 살이지?”


“마흔둘인가?”


“가능해?”


“편입한대. 가능하대나 봐. 오빠도 한 번 해봐. 혹시 또 알아?”


“뭐야.”


시답잖게 웃어버리고 말았다.


직장인에게 전문직은 일종의 파랑새다. 입학시험의 난이도나 공부의 고됨, 전문직이 된 이후의 현실은 일단 뒤로 미룬다. 중년의 직장인이 그런 어려움을 모를 리 없다. 다만 하방이 막힌 개인사업자, 나이가 들어서도 가능한 직업이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포화된 시장에서의 고군분투쯤은 다른 직업에 비하면 애교처럼 느껴진다. 남의 것이 더 좋아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따져보면 쉬운 선택은 아니다. 능력의 문제도 있지만, 설령 가능하다고 해도 그 과정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해 왔던 방식대로 생각했다. 그런 건 되고 나서 걱정하자. 아니, 되기까지 무엇이 필요한 지부터 알아보자. 약대에 가기까지, 약대에 가서, 그리고 약사가 된 이후까지. 그 사이에 생길 수 있는 어려움들을 팩트로 확인해 보고 싶었다.


아내 앞에서는 웃어넘겼지만, 마음 한쪽에서는 묘한 기척이 꿈틀거렸다. 새로운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커리어를 아예 틀어버리는 게 왜 안 될까. 지금의 커리어는 얼마나 더 지속 가능할까. 회사라는 틀 안에 있긴 했지만, 새로운 도전을 즐겨왔던 나였다. 아내가 먼저 꺼낸 이야기라는 점도 마음을 움직였다. 나는 곧바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급작스러운 속도감에 나도 놀랐다. 그러나 다시 20대로 돌아간 것 같은 두근거림은 숨길 수 없었다.


image.png <출처 : Unsplash>


그 무렵, 병원을 다시 방문했다.

5월 초 연휴가 끝난 다음 날이었다. 지난주 했던 혈액 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서였다.


“이 정도면 약을 드셔야 합니다.”


의사는 종이를 넘기며 말했다. LDL, 중성지방, 그리고 다른 수치들. 체중은 2킬로나 줄었는데 LDL은 오히려 더 올라 있었다. 술도 줄였고, 나름 신경 썼다고 생각했기에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게... 왜 이런가요?”


“그냥 그럴 나이예요. 일단 한 달 약 드셔보시고 다시 오세요.”


힘없이 병원을 나와 약국에서 약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한 알을 삼켰다. 그때 문득 스쳤다. 약을 먹더라도, 좀 알고 먹어야 하는 거 아닌가. 내 몸에 대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요하면 약을 먹어야겠지만, 왠지 찜찜했다.


집에 와서 블로그와 유튜브, GPT까지 뒤졌다. 건강, 수치, 약, 몸. 의사들의 말도 엇갈렸다. 혼란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단순했다. 체중 감량. 해볼 만큼 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그때 약을 먹자. 무엇이든 목표가 필요했던 시기였다. 숫자만큼 확실한 목표가 또 있을까. 체중. 그렇게 나의 다이어트는 시작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목표라는 단어가 점점 나를 조여왔다. 루틴을 가져야 하고, 목표를 놓치면 안 될 것 같았다. 사람들이 어려움을 극복할 때 쓴 글에서 보던 방법들을 그대로 따라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목표를 세우는 게 나쁜 건 아니었지만, 나는 나 자신을 온전히 믿기 어려웠다. 몸이 이 정도로 망가졌다면, 정신은 과연 온전한 상태일까.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과, 심리상담센터, 혹은 어떤 전문적인 멘토라도 좋았다. 누군가에게 지금의 상황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나아질 것 같았다. 그 비슷한 무엇이라도 내게 힘이 되어줄 수 있다면.


다행히, 내 조건에 맞는 심리상담가를 찾을 수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몸이 먼저 말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