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먼저 말해 주었다

by 네오

25년 2월이었던 듯하다. 그날도 여느 때와 같은 루틴으로 운동을 했다. 헬스장, 근력 운동 스무 개씩 5종 3세트, 러닝머신 30분인가, 그리고 로우잉 머신 천 미터, 5분 정도. 땀, 격한 호흡, 그리고 곧 샤워실. 뜨거운 물, 더 격해지는 호흡, 흐려지는 시야.


그대로 주저앉고 싶었다. 이대로 쓰러지는 것이 더 편할 것 같았다. 하지만 쓰러지면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것 같다는 느낌. 머리에 샴푸를 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물로만 씻어내고 서둘러 나왔다. 죽음의 공포라고 해야 하나, 숨이 멎거나 심장이 멎거나. 딱 그런 느낌이었다.


"형, 얼굴이 왜 그래요." 종종 헬스장에서 마주치는 후배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어, 죽을 것 같아." 억지로 쓴웃음을 지으며 나왔다. 겨우 옷을 입고 프런트로 갔다. "저.. 먹을 것 좀 주세요. 이대로는 헬스장을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트레이너는 내 얼굴을 보더니 얼른 뛰어 들어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종이팩의 허쉬 드링크를 쥐어 주었다. "이것 밖에는 없네요..." 털썩 주저앉아 들이켰다. 잠시 후 죽을 것 같았던 몸이 조금이나마 살아났다. 그 뒤로는 기억이 잘 없다. 아마 헬스장을 나와 무엇을 많이 먹었을 것이다.


image.png <출처 : Unsplash>

아직도 원인이 무엇이고 내가 경험한 현상이 무엇인지 모른다. 공황장애 같기도 하고 저혈당 쇼크 같기 하다. 생전 처음 느껴본 경험이었는데, 그렇다고 아주 생소한 상황은 아니었다. 예전에 겪은 공황장애의 전조 증상 같기도 하지만 그것과는 조금 다른 현상. 하지만 더 알아보지 않았다. 어차피 변하는 것은 없을 것이니까. 몸은 내가 컨트롤할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해져 있었고 방치한다면 더욱 안 좋아질 것이라는 것을 알았으니까.


23년 말부터 그랬던 것 같다. 회사에서 하던 일이 잘 안 되어 스트레스가 엄청 심해졌다. 견딜 수 없었다. 선배들이 항상 이야기했던 회사와 자신을 분리하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깨닫는 시기였다. 그러한 스트레스가 몸으로 전해진 것 같다. 게다가 24년 연말 건강검진에서의 수치는 전년도 보다 더욱 안 좋아졌다. 체중,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당수치, 그리고 혈압. 내 나이대의 평균 보단 분명 높은 수치다. 약간의 두려움이 생겨났다.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상황이 스트레스를 더 자극했다. 체중을 줄이기 위한 아주 최소한의 노력은 해야만 했다. 그렇다고 큰 노력을 한 것은 아니었다. 조금 덜 먹고, 조금 더 운동하고.


2월의 헬스장 사건 전 후로 두 번 정도의 공황장애 전조증상이 찾아왔다. 공황장애가 시작되기 전에는 반드시 전조 증상이 온다. 전조 증상을 잘 다스리면 거기서 끝나고 다스리지 못하면 패닉이 온다. 7년 만에 찾아온 불청객이다. 다 없어졌다고, 다시는 안 올 것이라 생각했던 놈이 찾아왔다. 아닐 것이라 생각한 만큼 더 크게 당황했다. 몸이 건강하지 않다는 신호다. 쉬던지, 스트레스를 없애던지.


아무튼 무슨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내 몸을 부수어 버리겠다는 내 몸의 신호다. 난 내 신호에 반응하고 답을 주기로 했다. 예전처럼 나와 싸우기 싫었다. 아니 나와 싸우면 반드시 진다는 사실을 경험했기 때문에 싸우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스트레스를 어떻게 없애는가. 몸을 어떻게 회복하는가.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되 확실히 효과가 있는 방법으로 독서와 운동 외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조용히 생각하기, 조금 세련되게 말해 명상도 해 보았다. 이 세 가지를 하지 않는 삶이 어디 있으랴, 그 정도의 차이일 뿐. 목적을 가지고 조금 더 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겠다. 안분해서 써야만 겨우 균형을 맞출 수 있는 평범한 40대의 인생에서 어느 한쪽에 포커싱을 한다는 것은 다른 것을 포기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게 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또 무너질 수 있으니.


독서. 책을 읽는다고 당장 달라지는 것은 없다. 명백한 현실 도피다. 하지만 읽을 때 행복하면 되지 않는가. 다행히 그전부터 읽기 시작한, 괴로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준 독서의 주제가 있었다. 더 깊이 들어가고 싶었다.


운동. 일단 체중을 줄이기 위해 두어 달 운동을 열심히 했고 체중도 2킬로 정도 줄였다. 혈액 검사를 하고 결과를 토대로 다시 계획을 잡기로 했다. 그게 4월 말.


그때쯤, 아주 우연히 아내가 내게 또 하나의 길을 제시했다. "오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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