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서서히 지워져 간다.
내가 그토록 원하던 시간이었으나 이젠 더 이상 필요 없다고 생각되니 그 기억이 너무 빨리 없어져 간다. 운동이나 공부와 달리 가장 다른 이에게 기대었던 그 시간이 희미해져 가는 것에 내가 나에게 배신감을 느낀다.
상담 회차가 지날수록 더 편해졌다. 내 이야기를 내가 듣는 느낌이다. 나는 그리 이상한 사람도 아니고 무능한 사람도 아니다. 상황이 그런 것이고 시기가 그런 것일 뿐이다. 이게 내 생각인지 아니면 상담사의 의도로 인한 상상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심리 상담의 기법인가. 아니면 내 갈 길을 가는데 약간의 촛불만 비춰준 것인가.
어찌 되었든 나를 보며 가슴이 덜 아팠다. 내가 덜 불쌍해졌다. 그냥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일단 지금의 내 상태는 내 잘못이 아니란 것이 가장 좋았다. 진짜 내 잘못이 아닌지 맞는지 알 수는 없다. 아니 굳이 알 필요가 없다. 그냥 그렇게 믿게 되었다. 객관적인 정황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객관적인지도 모르겠다. 혼자 상황을 타개하려고 했다면 못했을 것이다. 그분이 고맙다.
다시 나를 바라볼 용기가 생겼다. 아등바등하지 않아도 그냥 나는 나라는 것을 확인시켜 준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그래도 그 상담 시간이 기다려지는 건 변하지 않았다. 상담 시간은 차분하고 조용했지만 내면은 크게 일렁이며 행복을 느꼈다. 그분은 많은 말을 하지 않으셨다. 내가 가는 길을 조용히 같이 따라 걸을 뿐이었다. 그분은 앞에서 끌지 않았다. 그냥 옆에 있었다.
글을 쓰다 보니 그때가 다시 기억이 나 기분이 좋다. 지금 다시 행복해지고 있다.
정해진 루틴에 따라 음식을 먹었고, 운동을 했다. 눈바디는 점점 좋아졌고, 인바디 수치도 눈에 띄게 좋아지기 시작했다. 체중이 급속히 줄었다. 근육도 줄었지만 최대한 방어하려고 노력했다. 한 달, 두 달이 지나자 사람들이 알아보기 시작했다. 운동을 더 했다거나 식단을 더 줄인 것도 아니었다. 그냥 꾸준하게 운동하고 꾸준하고 덜먹는 상태를 유지하고 술과 단것을 끊었다. 내가 생각해도 어이없을 정도로 쭉쭉 빠졌다. 살 빼는 게 이렇게 쉬운 것이었나.
아내가 응원해 주었다. 이렇게 뺄 수 있는데 여태 안 뺐던 것이냐고. 그러면서 자기도 같이 빼자고 한다. 나처럼만 하라고 했다. 분명 들은 것 같은데 대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