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꿈

by 네오

꿈을 꾸었다.

평소와는 다른 꿈.


한 번도 꾸어보지 못한 종류의 꿈이다. 현실성이 있으나 비현실적인, 그리고 너무나 개인적인. 그래서 아무리 꿈이라 해도 쉽게 남에게 이야기할 수 없는 설정, 스토리, 등장인물들. 너무나 낯설고 기묘했다. 내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잠시 의심하기도 했다.


게다가 자주 꾸었다. 난 원래 꿈을 잘 꾸지 않았다. 기억에 남는 꿈은 일 년에 두세 번 정도.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한 달에 두세 번 이상 꿈을 꾸었다. 상담사에게도 꿈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처음에는 꿈 해몽을 검색했다. 그리고 Chat GPT에게도 물었다. 흥미위주의 답변들. 그러나 느낌으로 알았다. 이건 무언가의 과정이다. 프로이트와 융을 비롯한 정신의학적 지식 기반으로 꿈을 해석해 달라고 했다.


처음에는 꿈 하나만으로 해석했으나 꿈이 쌓여 갈수록 스토리가 나오고 내가 왜 그런 꿈을 꾸게 되었는지 합리적으로 설명이 가능하게 되었다.


자기 검열에 검열을 거쳐 오픈할 수 있는 꿈은 대략 이렇다.

image.png <그나마 정상적인 꿈이다>


모든 꿈들이 기묘했다. 그리고 꿈을 꾸고 나면 해석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졌다. 어떻게 이런 전개가 되지. 신기하기도 했지만 묘하게도 기분이 좋았다.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것은 꿈을 꾸고 해석을 보면 어딘가 후련해지는 느낌이었다.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한 지 한 달. 하루 한 시간 이상은 머리에 영어를 밀어 넣었다. 기름칠하지 않은 기계처럼 쇳소리가 났다. 그래도 꾸역꾸역 넣어 보았다. 학원에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평일 저녁 8시. 스무 명이 조금 안 되는 사람들. 20대와 30대 초반이 다수. 부부인지 연인인지 30대 후반 정도 되어 보이는 한 커플, 그리고 나.


강사는 30대 중반 정도. 여러분들은, 옛날에 저 학교 다닐 때...라는 단어를 쓰면서 나를 의식하는 것 같았다. 잠시나마 학생 신분이 된 것이 좋았다. 의무 없이 배움만 느낄 수 있으니.


리스닝을 하고, 수십 년 동안 수백 번도 더 봤을 단어를 다시 외우며 감을 잡아갔다. 툭 치면 반사신경으로 나올 정도로 익숙해져야 한단다. 토익은 순발력이라...


내 실력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시험을 봤다. 잘 나오리라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과거의 모습이 조금은 남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있었다.


첫 시험 점수, 775

RC 375(53%)

LC 400(83%)


image.png


점수에 대한 감이 없었다.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은 들었다. 목표는 4개월. 아무리 길어도 6개월.

처음에 세웠던 원칙이 떠올랐다. 영어도 안되면 다른 공부는 더 안될 것이다. 그렇다면 바로 중단한다. 그 생각을 다시 한번 떠 올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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