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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승 Oct 07. 2022

생각보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더라.

왜 자꾸 무료 상담만 원하시는 것인가요.

법률적인 전문 지식 상담을 요청하는 데 있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무료가 아니면, 상담하지 않을래요.". 인 것 같다. 하루에 최소 한 10건 정도의 상담이 이런 전화들로 사무실이 바쁘다. 특히, 익명이라는 점을 이용해 하루에 몇 개의 이름을 바꿔가며, 영어로 상담을 요청하시는 분들까지 있다. (이러한 상담은, 내용이 없고 무슨 질문을 하는지 모르는 내용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하루에 한 30개의 이러한 상담 요청을 받은 적도 있다. 사실 조금 무섭다)


나는 기본적으로 말하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러한 장난 전화라도  안에서 분명 문제가 있고, 해결할  있는 방법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 상담에 임하곤 했다. 그런데, 간혹 억울한 생각이 드는 것은.. 개개인의 문제에 대한 진정한 해결책 내지 전략을 상담하면서 많이 들지도 않는 비용(우리 사무실의 경우 30분에 6 원이다.) 지불하는 것까지 싫어하는 것인가. 만약 내가 타로 상담이나 사주 상담이었다 하더라도 동일하게 무료로 진행하고자 했었을까.이다.

우리 사무실 상담실


억울하기도 하고, 상담을 진행하면서 나에게 소리를 치거나 말도 되지 않는 억지를 부리며,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방법, 상대를 괴롭힐 수 있는 방법, 내가 죄를 저질렀는데 숨길 수 있는 방법 등을 알려달라고 하기도 하고,


몇 살이세요. 결혼은 하셨나요. 젊어 보이는 데 경력은 어떻게 되세요. 사법연수원 출신이세요? 로스쿨 나왔나요. 이런 분야에 전문 변호사는 아니시죠. 이러한 무례한 말들을 쏟아내며, 돈을 줄 테니 상담하는 동안 내가 원하는 답만 말해.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



보통 대부분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분들은 모든 것을 무료로 진행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이런 전화를 최소한 15분 이상 상담을 하다 보면 10건이 넘어가면 정말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회의감이 생기곤 한다.


서울가정법원 앞 오전 재판을 마치며


오늘도 가정 개인사의 소액 채무를 변제하는 방법에 대해서 물어보며, 돈을 지불하기 싫고 상담하다 마음에 들면 돈을 지불하겠다며 전화를 했다가 전략을 다 소개하고 나서 10분이 초과되어 비용을 청구하니, 욕설을 퍼부으며 문자 세례를 보내신 분들도 있었다.


이러한 여러 무례한 분들로 인해서, 하루에 상담을 끝내고 나면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회의가 생기기도 하고 가끔 눈물이 맺히기도 한다. 최대한 깔끔하고 차갑고 그리고 냉정하게 사건을 바라보고 도움을 드리고 싶지만, 그러한 분들로 인해 나도 인간이기에 정말 힘들 때도 많다.


정말 쉬운 직업이 아니네. 변호사


수십 년간 공부하며, 꼭 되고 싶었던 '변호사'. 막상 몇 년간 해보니 쉬운 일이 아니더라. 매일 일상처럼 다양한 분들의 속 깊은 얘기를 듣다 보니 내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만나왔던 사람들은 정말 극히 작은 집단의 사람들이었고, 세상에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다양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크게 느끼고 있다.


그래서 결심했다. 앞으로는 내가 열심히 공들여 쌓아 온 지식을 무료로, 얻어가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나도 그만큼만 하겠다는 것을.


사실 어찌 보면, 변호사가 넘쳐나는 지금 너무 배부른 소리를 하는 것 아니냐라고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뭐 변호사니까 도움을 줄 수도 있는 것이고 특별하게 소송을 진행하는 것도 아닌데 무료로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근데 말이다. 한 분의 15분 상담이라고 했을 때, 변호사라는 타이틀을 가진 나는 최소한 하루에 10명 이상 상담을 진행하게 된다. 상담을 하며 속 깊은 얘기를 하면서 우시는 분들, 정말 최상의 전략을 달라고 하시는 분들 등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15분의 상담을 제공하기 위해서 나는 최소한 30분 이상의 리서치와 검토를 마친 후 한다는 것을 설명드리고 싶다. 


다른 직업군에 비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수년간 변호사업을 하면서 베푸는 호의가 때로는 나에게 진정한 도움을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깊게 드는 하루이다.


그래서, 2022. 10. 7. 오늘부터 나는 조금씩 그 사람들이 나에게 주는 교훈을 발판 삼아 더 발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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