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 캘리 에세이 :: 할 말은 많은데 나오는 건 한숨뿐
창가에 앉아 창밖으로 스쳐가는 풍경들을
멍한 눈으로 보고 있자면 빠르게 사라져가는 풍경 속에서
홀로 여유로운 꽃잎 하나가 흩날려 창가에 붙는다.
홀로 있어도 어여쁜 그 색을 멍하니 보다
지난봄의 시간을 더듬어본다.
아름다웠던 그 선홍빛 가로수길 사이로 너무도 당연하게
함께였던 그 사람과 걸었던 그 시간들이
이토록 낯설게 느껴진다.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던 수만 가지의 감정들을
시원한 술과 함께 넘겨 버텨내던 그 괴로운 시간들이
이토록 아득하게 느껴진다.
지난봄의 설렘도 괴로웠던 감정들도
결국 지난봄의 꽃잎들처럼 흩날려 사라졌다.
지난봄에 그랬듯이
이 봄도 황홀한 선홍빛 아름다운 풍경 속에
내 모든 괴로움과 함께 흩날려 사라질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