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낙원상가에서 기타 데려온 이야기
일 년 정도 어깨의 통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동네 정형외과에 오래 다녔는데 의사 선생님의 ‘꾸준히 자주 치료를 안 받아서 안 낫고 있다’는 얘기를 믿고 물리치료와 주사치료를 계속 받은 게 잘못된 선택이었다. 의사 선생님이 포기를 선언하고 큰 병원에 가보라고 하셔서, 어깨 관련 네이버 카페에서 검색해 찾아간 새로운 병원에서 이두박건염 진단을 받고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은 후 통증이 거의 없어져 나은 건가 착각을 했었는데.. 레슨이 많았던 날 밤에 통증이 다시 시작되어 버린 것이다.
일 년간 아프면서도 계속 미뤄오던 게 있었으니 그것은 바디가 작은 기타의 구입. 바디가 큰 기타를 오래 안고 있으면 어깨가 시큰거렸는데, 나중에 좋은 걸로 신중히 골라 사야지 하고 미루고 또 미뤄왔었다. 하지만 어깨가 다시 아프려는 지금,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겠다 생각이 들어 살만한 기타 검색을 우선 시작했다.
지금 쓰고 있는 기타보다 작고 슬림한 형태를 찾다 보니 팔러 바디가 눈에 들어왔다. 팔러 바디는 다른 바디들에 비해 폭이 좁고 슬림한 형태가 특징이다. 작업실에 두고 레슨 할 때 쓸 거라 가격은 20만 원 이하로 정했다. 검색을 해보니 어떤 기타가 꽤 맘에 들어 궁금해져서 낙원상가에 가서 직접 쳐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토요일, 레슨을 마치고 낙원상가로 향했다. 미리 점찍어둔 악기샵이 있어 가보기로 했다. 처음 들른 악기샵은 낙원상가와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고, 넓고 쾌적하고 손님이 많았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기타 재고가 없었고, 다른 기타들을 쳐보면서 직원분과 대화를 나눴는데 뭔가 묘하게 핀트가 맞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손님이 많아 시끄러워서 내 기타 소리를 자세히 들을 수 없었다. 거기서 그냥 한 번에 사야지 결정하고 간 터라 좀 당황스러웠지만, 낙원상가로 이동해서 다른 기타들을 구경해 보기로 했다.
악기점들을 둘러보며 한참을 걷다가 내가 미리 봐둔 기타를 판매하고 있는 걸 발견해서 들어갔다. 친절한 사장님이 반겨주셨고, 매장은 조용했으며, 내가 기타를 여러 개 쳐보는 동안 참을성 있게 기다려주시면서 내 질문에도 잘 대답해 주셨다. 이곳이다, 이 기타다 하는 생각이 들어, 오래 고민하지 않고 구입을 결정하고 사장님이 셋업 해오신다고 다른 곳으로 가셨다. 그런데 기다리던 시간 동안 내 예산을 초과하는 다른 기타가 예뻐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다시 안고 쳐보는데 같이 간 애인이 지금 사는 기타가 제일 자주 치게 될 기타니까 조금 더 보태서 마음에 드는 걸 사라고 얘기해서, 생각해 보니 너무 맞는 말이라 마음을 바꿨다. 그래서 데려온 기타가 바로 이 녀석이다.
구입하자마자 작업실에 가서 쳐봤는데, 다른 큰 기타들에 비해 소리는 작고 옹알옹알 거리는 느낌인데, 그게 나쁘지 않고 매우 마음에 들었다. 마치 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듣는 듯한 따뜻한 기분도 들고. 오랜만에 데려온 작고 귀여운 이 기타를 매우 예뻐해 줄 예정이다. 우리가 함께 만들 새로운 곡들이 무척 기대된다. 짐작을 해보자면 기타가 가지고 있는 모양과 소리처럼 작고 귀엽고 따뜻한 곡이 나와줄 것만 같다. 무조건 크고 웅장한 게 좋은 것만은 아니니까, 이 기타처럼 작게 존재하더라도 그 존재의 이유가 충분한 그런 뮤지션으로 살아가고 싶다. 잘 버티며 좋은 음악 많이 만들어보자. 내 새로운 작은 기타야,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