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내막증 수술 이야기 - 1
자궁내막증 : 자궁내막의 선(gland)조직과 기질(stroma)이 자궁이 아닌 다른 부위의 조직에 부착하여 증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자궁내막증으로 처음 수술을 받은 건 1996년이었다. 초경 때부터 생리통이 심하고 양도 많았던 나는 누구나 그럴 거라고 생각하며 살다가, 나이가 들면서 나의 통증이 심한 편이라는 걸 알고 병원을 찾았고, 자궁내막증이 발견되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 당시 보호자였던 엄마에게 암일 가능성이 높으니 각오를 단단히 하라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다행히 암은 아니었지만, 자궁내막증이 심해 난소의 혹을 떼어내고, 곳곳에 퍼진 내막들을 레이저로 조치했다고 들었고, 퇴원하는 내게 의사 선생님은 재발위험이 매우 크니까 얼른 결혼해서 아기를 낳으라고, 그러면 병이 나아질 수도 있다고 하셨다.
세월이 흘러 나는 결혼하지 않았고, 아기도 낳지 않았고, 자궁내막증은 재발했다. 재발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은 병원에서는 의사와 간호사가 내게 그 이야기를 하고 나서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농담을 해서 크게 상처를 받았다. (여의사였음.) 재발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치료를 받고 조심하면서 살았으면 나아졌을까. 그 당시 힘든 일이 많았던 나는 죽기야 하겠어 하는 마음으로 그냥 아무렇게나 먹고 아무렇게나 살았다.
그러고 나서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 평소 다니는 병원에서 왼쪽 난소의 혹이 커지고 있으니 비잔정을 먹어볼 것을 권유받았고, 비잔정을 처방해 주고 자궁내막증을 잘 보시는 의사 선생님을 찾아 먼 곳까지 병원을 다녔다. 3년 동안 비잔을 먹으면서 생리를 하지 않으니 통증도 없고 편했지만, 부작용으로 살이 20킬로 넘게 쪄버렸고, 유방에 혹이 발견되어 약도 끊게 되었다.
그리고 몇 년 후인 작년 말, 정기적인 초음파검사에서 왼쪽 난소혹이 6센티 정도로 커진 것이 발견되어 수술 권유를 받게 된 것이다. 일단은 수술받을 병원을 찾아야 했는데, 어느 병원이 좋을지 도무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SNS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많은 분이 병원과 의사 선생님을 추천해 주셨다. 그런데 추천받은 선생님들을 예약하려고 보니 대부분 여름까지 진료가 꽉 차 있었다. 2년 후까지 예약이 차있는 분도 계셨고. 진작 알아보지 않은 나를 탓하며, 병원 앱에서 온라인예약으로 취소된 빈자리를 노리던 중 2월에 아산병원, 3월에 세브란스 병원을 예약할 수 있었다.
아산병원에 가서 초진 접수를 하고, 초음파를 찍고, 진료를 받았다. 아산병원의 의사 선생님은 차분하신 편이었는데, 내가 당황해서 어버버 하는 바람에 몇 가지 질문을 놓치고 왔다. 그런데 다시 진료를 잡으려니 자리가 없었다. 초진을 2월 중에 받은 것도 정말 운이 좋았던 것이다. 의문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술을 받을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어떻게든 의사 선생님께 물어볼 방법을 찾아봤는데 어디를 찾아봐도 연락할 길이 없었다. 내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자책을 하다가 혹시나 빈자리가 있을까 싶어 병원 앱을 열었는데, 고객의 소리로 의견을 보낼 수 있게 되어있는 걸 발견했다. 여기에 글을 쓴다고 해결되지는 않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답답한 마음에 장문의 글을 써서 업로드하고 잤다. 다음날, 잠에서 깨어 핸드폰을 보니 고객의 소리 상담실에서 연락이 와있었다. 다음 주에 진료를 잡아줄 테니 예약하고 오라고. 정말 정말 다행스러운 마음으로 예약을 했고, 모레 병원에 갈 예정이다.
이번에 수술할 병원을 알아보면서 많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얻은 게 하나 있다. 내게 항상 부족했던 마음인,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말이다. 내가 뭐 그렇지, 내가 하는 일이 다 허술하지 등등 다시 잘해보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신세한탄하기에 바빴던 나의 모습이 얼마나 잘못되어 있었는지 이제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아직 수술을 받고 회복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남아있지만, 그 과정들을 겪으면서 느끼는 감정들을 여기에 기록해보고자 한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방법을 찾으리라 다짐하면서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