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내막증 수술 이야기 - 2
저번 글을 쓴 이후, 아산병원에 진료받으러 한번 더 다녀왔고, 세브란스 병원도 예약해서 다녀왔다. 세브란스의 초음파 검사 결과도 아산병원과 같았다. 왼쪽 난소의 혹이 5cm 정도로 큰 편이라 빨리 수술하는 게 좋다고, 그리고 여러 가지 상황을 봤을 때 왼쪽 난소는 제거하는 게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아산병원에서 한번 더 진료를 보면서 궁금했던 여러 가지를 물어봤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난소를 양쪽 다 제거하면 어떻겠냐고 하셨던 터였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이 되어 난소가 없어져서 폐경이 될 때의 부작용들을 찾아보고 오래 고민하다 그냥 혹만 제거하는 걸로 말씀드려야지 했는데, 다른 병원에서 이렇게 말을 들으니, 그러면 왼쪽 난소는 제거하고 오른쪽은 그냥 두는 것이 낫겠다는 마음의 결정이 되었다. 세브란스 병원은 수술날짜를 잡아보니 6월이라 그냥 빠른 아산병원에서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수술 2주 전쯤에 받는 수술 전 검사를 받으러 병원에 갔다. 피검사, 소변검사, 심전도 검사 등을 하고 상담을 받았는데 그때 난소 한쪽만 제거하겠다고 말씀드렸다. 난소가 한쪽이라도 있으면 호르몬 분비는 괜찮을 거라고 말씀해 주셔서 조금 안심이 되었다. 물론 뱃속을 직접 들여다봐야 지금 내 상태가 어떤지, 어떻게 수술을 할지 결정되는 것이긴 하지만. 여러 가지 상황들에 대한 동의서에 서명을 하고 집에 돌아왔다.
예전 20년 전 자궁내막증 수술을 받았을 때는 내 나이가 어렸고, 결혼해서 임신을 하게 될 가능성을 고려해 최대한 난소를 살리는 방식으로 수술을 해주셨다. 그때만 해도 난소는 꼭 있어야 할 것이었는데, 이제 내 나이가 40대 후반이 되다 보니 의사 선생님들이 결정을 내릴 때 중요한 것이 바뀌었다. 임신은 이제 가능성이 적으니 위험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을 아예 제거해 버리는 것이 나중을 위해 좋다는 판단이었다.
수술이 다음 주로 다가왔다. 수술 준비물들을 하나씩 준비해서 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커다란 캐리어를 꽉 채울 정도의 양이었는데, 보호자로 함께 가줄 친구의 권유로 혹시나 쓸까 싶어 넣어두었던 물건들을 빼니 짐이 한결 줄었다. 평소에도 이것저것 많이 들고 다녀 항상 가방이 무거운 편이라, 입원 짐을 쌀 때도 요령이 부족한 것 같다. 그리고 날짜가 다가오니 불안한 마음에 이것저것 사는 걸로 마음을 풀다 보니 짐이 더 많아진 것도 있었다. 여하튼 가지고 갈 가방을 정해두고 그걸 넘는 양은 빼버리기로 결심했다.
수술 전에 뱃살도 좀 빼고, 운동도 좀 해서 좋은 컨디션으로 수술받아야지 마음먹었었는데, 언제나처럼 이곳저곳 아파서 다른 일로 병원에 다니고 하다 보니 그저 그런 컨디션으로 수술 전 일주일을 보내고 있다. 하던 일은 오늘을 마지막으로 한 달간 쉬기로 했다. 한 달 후에 건강한 모습으로 일에 복귀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수술받고 나서 건강해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냥 난소 한쪽을 제거하는 크지 않은 수술이니 불안해하지 말자고 마음을 다잡아 본다. 수술하면 지금 나를 괴롭히고 있는 왼쪽 아랫배의 심한 통증과 이별할 수 있다. 그리고 수술의 아픔은 며칠간만 있을 것이고, 잘 쉬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회복해서 지금보다 더 건강해질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