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월요일밤
지난해만 해도 그렇지 않았는데, 이제 길에서 만나는 어르신들을 지나칠 때의 마음이 예전 같지 않다. 나는 나이가 들면 저 할머니처럼 옷을 단정히 입고 꼿꼿하게 허리를 세우고 걸을 수 있을까, 저 할아버지처럼 걸음이 느려지고 지팡이 없이는 걸을 수 없게 될까 그런 생각들을 하며 걷다가 쇼윈도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화들짝 놀라곤 하는 것이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젊지 않고 매력적이지도 않다. 그것이 매번 날 놀라게 한다.
삶을 대하는 태도도 점점 변화해 가는 것이 느껴진다. 심각한 맥시멀리스트였지만 이제 미니멀리스트가 되고 싶어 관련 책들을 읽으며 물건들을 열심히 버리고 있다. 아직 원하는 만큼 비우려면 한참 멀었지만, 어떤 책에서 읽은 '내가 죽고 나서 누군가 와서 내 물건들을 보며 떠올릴 생각이 무엇일까 짐작해 보라'는 말이 너무나도 모든 것을 버리고 싶게 만들었다. 지금의 내 방을 생각하면 너무나 창피하기에 버리고 또 버려야 한다.
어릴 적에는 되고 싶은 것이 많았다.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악기를 잘 다루거나 똑똑하거나 해서 다른 사람들의 존경을 받거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 안다. 그냥 하나의 사람으로서 존재하는 것도 너무나 힘든 일임을.
오늘도 내 플래너에는 하지 못하고 계속 미뤄지고 있는 일들이 많다. 내가 쪼글쪼글해지는 느낌과 함께 시간도 쪼글쪼글해져서 하루에 할 수 있는 일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무엇을 시작하는 것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나에게 친구들은 그냥 하라고 그러면 해결된다고 말하고는 한다. 그러면 응 하고 대답하고는 잊어버리고는 했다. 이제 물러설 데가 없다, 이걸 해내야 내가 살 수 있다는 간절함이 전혀 없었다. 만약 지금 죽는다면 그 일을 했든 안 했든 아무 상관이 없을 것 같았거든.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에 가까워지며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죽기가 싫어진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난 아직 죽기 싫고 아픈 것도 너무 두렵다. 그러면 빨리 정신 차리고 식단도 운동도 수면시간도 제대로 바꿔야 하는데 그러지는 않고 있다.
그래서 움직일 수 있는 동기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미루던 일들, 바꾸고 싶은 일들 중 무엇이라도 일주일에 한 개 이상 해보는 것, 그리고 그것을 여기에 써보기로 한다. 일요일이 아니고 왜 월요일밤인가 하면, 일주일 동안 못하다가 월요일 아침에 해치울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두기 위해서이다. 좀 비겁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러면 다음 주 월요일밤 아주 작은 무엇이라도 해냈다는 이야기를 가지고 다시 찾아오겠다. 모두 평온한 한 주 보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