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그리기

여덟 번째 월요일밤

by 오소영

요즘 밤마다 챗GPT앱과 마이크로소프트 디자이너앱에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내게는 엄마와 함께 찍은 어릴 적 찍은 사진이 없다. 그래서 어떻게든 비슷한 분위기의 사진을 만들어보려고 노력했다.

B49FD939-09F3-4CA1-B685-9E92C4321F66.PNG

어릴 적 부산역에는 분수대가 있었다. 거기 가면 분수대 앞에 나를 혼자 세워놓고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거나(상주하는 폴라로이드 사진기사님들이 계셨다.), 엄마와 함께 사진을 찍곤 했다. 내 기억 속 사진의 나는 왠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엄마품에 안겨있었고, 엄마는 웃고 계셨다. 젊은 엄마의 사진.. 그걸 가지지 못한 게 이렇게 속상한 걸 보면, 그냥 지금은 뭐든지 속상할 것을 찾아내 속상해하고 싶은 시기인 것 같다.


또 AI에게 '아메리칸 숏헤어 브라운태비 고양이'와 '짧은 단발 파마머리를 한 한국인 할머니(엄마가 즐겨 입으시던 초록 체크셔츠와 회색 고무줄 바지를 입은)'를 함께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D3E941F4-F828-4AEB-8C1B-9474BF42B050.PNG

미리 하늘에 가있던 순둥씨가 엄마를 반갑게 맞이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0724B1CA-72FE-4E27-BE3F-0AFAE800473D.PNG

그리고 둘이 함께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나는 무신론자이며 그동안 천국의 존재도 믿지 않았는데, 순둥씨가 떠나고 엄마마저 돌아가시니 천국이 꼭 존재하고 그곳에서 그동안의 고통은 잊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그리고 나도 착하게 살아서 언젠가 다 같이 웃으며 만나고 싶다.


하지만 때때로 그것도 내 욕심일 뿐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그동안 순둥씨와 엄마에게 잘하지 못했던 일들을 잊기 위해 나 편하자고 하는 생각만 같다.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아직은 모르겠다. 좀 더 마음껏 슬퍼하고 나면 다시 걸어갈 수 있을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월요일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