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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에 다가가며

마흔여섯 번째 월요일밤

by 오소영

지난 주말, 뜻밖에도 두 분에게서 연락이 왔다. 둘 다 내가 토요일 밤에 남긴 트윗이 걱정돼서 연락하신 것이었다. 매일 밤 잠자리에 들 때면 엄마와 순둥씨가 떠오르는데, 특히 지난 토요일 밤에는 그들의 깊은 사랑에 비해 내가 너무 부족했다는 생각에 슬픔이 밀려와 트윗을 올리고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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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트윗을 다시 읽어보니, 두 번째 글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했다. 엄마와 순둥씨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 뒤늦게 깨달았다는 의미였는데, 너무 함축적으로 써서 나만 알아들을 수 있는 글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또 주변에 걱정을 끼쳤다.


요즘 나는 거의 우울하지 않다. 자살에 대한 생각도 오래전에 사라졌다. 하지만 상황이 나아진 것도 아니다. 수입이 거의 없어 10월부터 남자친구 집에 신세를 지게 되었고, 이사 준비와 다른 몇 가지 일을 병행해야 한다. 게다가 식도염으로 보이는 증상 때문에 매일 아프다. 그래도 죽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설마 굶어 죽기야 하겠어?”라며 혼잣말을 할 때가 많을 뿐이다.


엄마와 순둥씨의 죽음을 지켜보며 슬픔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다. 예전에는 삶이 너무 힘들어 죽음이 오히려 해방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오래 힘들다 죽을까 봐 두렵다. 상담 선생님께 이 두려움을 털어놓자, 너무 먼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오늘을 건강히 살아가라고 하셨다. 그 말씀이 맞다는 걸 안다. 하지만 죽음에 이르면서까지 스스로를 탓하거나, 후회로 가득한 삶으로 끝날까 봐 두려움이 밀려온다.


두려움을 극복하려면 그 대상을 마주하고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죽음은 경험하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영역이다. 그렇다면 죽음의 반대인 ‘삶’에 더 집중하는 수밖에 없다. 내게 주어진 것들—체력, 지력, 가능성—을 잘 살펴보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하나씩 해나가려 한다. 포기해야 할 것은 과감히 정리하며 마음을 덜어내자. 그렇게 조금씩 비워내다 보면, 언젠가 더 홀가분한 마음으로 삶의 끝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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