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다섯 번째 월요일밤
요즘 냉장고를 부탁해 시즌 2를 재밌게 보고 있다. 한정된 시간에 한정된 재료로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내며 일어나는 돌발 상황들이 무척 흥미롭다.
모든 요리들이 먹어보고 싶고 흥미롭지만, 이번 시즌에서 처음 본 손종원 셰프의 요리들은 정말 먹어본 적이 없는, 상상할 수 없는 맛일 것 같아 꼭 한번 먹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손종원 셰프가 운영하는 식당들을 검색해 보았는데 코스요리가 무척 아름답고 무척 비쌌다 ㅎㅎ 언젠가 가볼 수 있는 날이 올까. 일단은 또 상상력을 발휘하는 수밖에 없겠다.
예전 자취를 시작할 무렵에는 여러 가지 요리들에 도전해 보고 친구를 초대해 대접하기도 하는 게 즐거움이었는데, 언젠가부터 집밥을 해 먹는 게 버겁게 느껴져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이나 배달음식에 의존하게 되었다. 날 위해 음식을 차리는 것이 사치스럽게 느껴졌던 것도 같다.
오늘은 남자친구와 함께 바질 페스토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다. 남자친구가 바질 페스토로 파스타를 만들어보고 싶은데 자신이 없다고 해서, 인터넷으로 레시피를 찾아보고 머릿속에서 이 정도면 이런 맛이 나지 않을까 구상해 보았다.
일단 마늘을 올리브유에 볶고, 닭가슴살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같이 볶아주고, 아몬드 브리즈를 넣고 끓이면서 바질 페스토를 넣어 섞어준 후, 마지막에 까망베르 치즈를 잘게 뜯어 넣어 살짝 녹을 만큼 끓인 후 남자친구가 삶은 면을 넣어 버무려주었다.
결과는 5점 만점에 3점 정도. 맛없지는 않았지만 썩 맛있지도 않았고, 먹으면서 바질 페스토가 부족했던 게 아닐까 해서 추가해서 먹어보니 맛이 훨씬 더 나았다. 다음에는 아몬드 브리즈를 더 넉넉히 넣어주고, 바질 페스토 양도 넉넉하게 넣으면 훨씬 맛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그리고 냉파스타도 만들어봐야지. 뭔가 더 해보고 싶은 마음이 밀려왔다.
요리도 일단 만들어보고 레시피를 수정해서 또 만들어보고 하면서 훨씬 나은 요리를 만들 수 있듯이, 우리가 하는 어떤 일도 일단 하지 않으면 나의 약점이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없고 더 나은 것을 만들 수 없다. 항상 행동력이 부족해 이룬 것이 많이 없지만 앞으로 음악 작업을 할 때 요리를 하듯 가벼운 마음으로 새로운 곡에 도전하고, 여러 번 끈기 있게 수정하면서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