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만년필을 몇 개 샀다. 버거운 일이 생기면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의논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순둥씨도 엄마도 떠난 지금 마음을 기댈 곳을 찾기가 어렵다. 그래서 마음이 가라앉을 땐 물건을 샀다. 쇼핑하면서 내 손에 쥐어질 때의 기쁨을 상상해 보고, 입금한 후 내게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며 설렜다. 도착한 박스를 열고 그 안에 있는 작은 박스를 또 열면 그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행복했다. 다른 걱정이 끼어들 틈이 없는 아주 짧은 순간. 그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물건을 찾아 나서는 일이 반복되었다.
만년필을 개봉하면 일단 기념사진을 찍는다. 닙이 불량인 것이 오지 않았나 일단 사진을 찍어 먼저 확인한다. 루페(작업용 확대경)가 없어서 그냥 핸드폰으로 초점을 잘 맞춰 찍으려고 노력하는데, 아주 크게 찍을 수 없기 때문에 확실하게 확인할 수는 없다. 그래서 그 만년필에 어울릴만한 잉크를 찾아 넣어주고 시필을 한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종이에 펜촉이 닿는 순간 '아 이 펜은 문제가 있구나'하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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