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두 거장의 마지막 무대를 앞두고

by 비채맘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연극을 예매했다.


줄거리도 모르고, 아직 희곡도 읽지 못했지만, 마음속에 오래 남아 있던 제목이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라는 사실보다도, 이번 무대에 선다는 두 배우의 이름이 나를 이끌었다.


신구, 박근형. 오랜 세월 무대를 지켜온 이 거장들이 함께하는 마지막 공연이라니, 그냥 놓칠 수가 없었다.


전석 매진. 예매 시작 2분 만에 모든 좌석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좋은 선택을 했구나 싶었다.


이 연극은 실체가 없는 ‘고도’를 기다리는 두 남자의 이야기라고 한다.


그들이 왜, 무엇을 위해 기다리는지는 끝내 알 수 없지만, 그 막막한 기다림 속에 삶의 진실이 숨어 있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요즘, 퇴직 이후의 시간을 살고 있다.
어쩌면 나 역시 고도를 기다리는 중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시작, 다시 피어날 열정, 혹은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나.


그 고도가 실제로 오지 않더라도, 기다리는 동안 나는 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으니까.


공연 날짜가 다가올수록 마음이 설렌다.

두 노배우가 무대 위에서 얼마나 아름답게 시간을 살아내는지,


그들의 호흡과 침묵,

고도를 기다리는 시선 하나까지 고스란히 눈에 담고 싶다.


그 무대를 통해 나만의 고도도 조금 더 또렷해지기를,


그 기다림이 헛되지 않기를, 조용히 바라본다.


기다림은 외롭지만, 그 안엔 늘 작은 떨림이 있다.


나는 지금, 그 떨림 속에서 고도를 기다리는 중이다.


조금 느리더라도, 다정한 마음으로 기다려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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