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필사 놀이

혀 짧은 그리움. 아니, 그,디,움, by 유용선

by 오소영

[0422] 혀 짧은 그리움. 아니, 그, 디, 움, - 유용선


그는 언제나 그리움을 그,디,움, 이라 발음한다

그런 그에게 그, 리, 움, 을 강요하면 그, 디, 움, 한다

사람 좋은 그와의 술자리에서

나는 희미하게 바랜 옛사랑의 그림자를

그는 언눅으로 남았을 옛사당의 그딤자를

유부남인 나는 웃으며

친정에 가 있는 아내가 아쉽다고

노총각인 그는 훌쩍거리며

다든 사내의 아내가 된 그 여자가 그딥다고

마주앉아 주절거리며 술잔을 비워댔다

내 말은 꽃같이 피었다가 시들고

그의 말은 불길이 되어 내 가슴을 데이게 했다

그의 천부적인 어눌함을 부러워하며

매끄러운 나의 혀를 부끄러워하며

마침내 내 중얼거림 속에서 사랑이 사당이 되었을 때

그는 시, 나는 말이 되고

그는 예술, 나는 현실이 되어

시와 예술은 자취방으로, 말과 현실은 자기 집으로 향했다

그디운 사담 옆에 누워있지 않은 외도운 밤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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