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서사
10월 14일, 뒤늦게 내가 발제한 챕터를 기록해 본다.
기억난다, 이 날은 놀금이었고 오전엔 나 혼자 아빠 병원에 다녀왔다. 더 이상 치료는 의미 없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어렵게 물었다.
"그럼 얼마나 남은 걸까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올해를 넘기긴 힘드실 것 같네요."
아빠는 다행히 그 해를 넘겨 2023년을 맞이했고, 몰랐지만 돌아보니 난 이날 이후 조금 천천히 걸어왔던 것 같다. 그렇게 아빠의 서사도 나의 서사도 계속되고 있는 것.
모닝페이지로 자서전 쓰기에서 만났던 것과 비슷한 문장을 이 책에서도 만났다.
우리는 모두 자기 삶의 전기작가다.
우리는 열심히 '나는 누구인가?'를 찾으려 하지만, ‘내면의 진짜 자아, 진짜의 나’ 가 존재하는 생각은 자아라는 신기루에 가깝다.
'나'는 오히려 다중적이고 탈중심적이다.
... 자아는 고정된 주권적 실체가 아니다. 그보다 다양한 외부 세력들에 의해 항상 새롭게 구성되고 변모해 가는, 그래서 새롭게 탄생하고 있는 유동성 그 자체라고 해야 옳다. p.132
자아는 엄밀한 의미에서의 동일성을 유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묶음의 구성요소들을 변화시켜가면서 변화, 성장, 창조되어 간다.
우리는 자아를 새롭게 창조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자기 삶의 전기작가다.
... narrative self 내러티브 셀프, 서사적 자아
... 서사적 정체성은 개인에게 내면화된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스토리다. p.135
저자는 서사적 정체성을 갖기 위해서는 먼저 과거와 화해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애도하기(억압된 감정과 감정과 상처를 위로하고 상실을 수용하는 것, 상처를 응시하는 것)와 말하기(상처를 언어로 표현함으로써 외로움, 우울, 고립된 감정에서 벗어나는 것)를 통해 과거를 재구축하고 나면 현재를 인식하며 자존감과 자기긍정이 생긴다. 이 힘을 바탕으로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시대와 역사,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상처, 고통, 공동체의 열망과 기대를 읽고, 우리 삶의 목적지(purpose)를 핵심 플롯으로 한 자기만의 신화를 통해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
이 날 모임에선 책에 대해 이야기 나눈 후, 4개월 전 진성리더십 아카데미를 수료하며 각자 정리해 봤던 '나의 진성리더십 모델' 을 다시 보는 시간을 가졌다. 4개월 전의 나는 어떤 이야기를 쓰고 있었고, 지금의 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이며 어떤 이유에서 달라졌는지, 실천계획들은 잘 이뤄지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나의 서사는 길을 잃지 않고 잘 나아가고 있다. 속도는 조금 줄어들었지만. 아마도 난 나의 길 위에서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가고 있는 중인 듯하다.
나의 진성리더십 모델 발표에는 그 무렵 읽었던 책인 <무탄트 메시지>와 <신과 나눈 이야기 1>에서의 문장들이 삽입되어 있었는데, 기억하고 싶은 이 문장으로 서사 챕터를 마무리해 본다.
세 번째 관문에서 남기는 질문
요즘 나는 어떤 이야기를 쓰고 있는가?
그것은 나의 삶의 목적지(purpose)와 어떻게 연결되는가?
앞으로의 나는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