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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소영 May 20. 2023

기꺼이 하는 것

애정과 책임의 시소 타기

 요즘은 코칭을 하기보다는 받는 시간이 더 많은데, 오늘은 리더로서 나의 고민을 나누는 코칭이 있는 날이었다. 총 다섯 번의 코칭 중 네 번째 시간. 세 번째 코칭 이후 3주 만이었는데, 그 사이 내가 맡고 있는 조직엔 예상하지 못한 이슈가 있었고, 그 일에서부터 시작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왔다. 그러다 코칭의 후반부에서 나는 애정을 가진 관계와 일, 책임감을 가진 관계와 일에 대해 떠올렸다.


 직장인으로서 살아가다 보면 애정과 열정을 쏟아 하는 일들을 만나게 될 때가 있다. 그 일에 빠져들어 재미를 느끼다 보면 몰입이라는 것을 경험하고 효능감 또한 높아지는 것 같다. 반면, 월급 받으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 일들도 만나게 된다. 정말 나에게 아무 재미도 의미도 주지 않지만, 책임감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일들. 그런 일을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내가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인가 회의가 들곤 한다. 전자를 지향하지만, 회사 생활은 매번 시소를 타듯 한쪽으로 기울었다가 또 다른 한쪽으로 기우는 일을 반복했다.


 지난 월요일엔 친정 일로 하루 종일 분주했다. 은행 세 곳과 주민센터, 병원 두 곳에 볼 일이 있었다. 서울에 도착하여 처음 들른 은행에서 중요한 걸 집에서 가져오지 않은 것을 알아차렸다. 남편 배달 찬스를 사용하며 그 시간 동안, 해야 하지만 하기 싫었던 숙제인 장수사진을 위해  오래된 동네 사진관을 들렀고 친정집에 밀린 집안일들을 했다. 남편의 배달 이후 예정했던 은행, 주민센터, 병원의 볼 일을 보고 나니 이미 퇴근시간이 되어있었고, 만원 지하철의 손잡이에 매달려 집으로 돌아왔다. 피곤한 하루였는데, 의외로 마음은 시원하고 가벼웠다.


 이 날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과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것의 차이는 비단 회사에서의 역할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가족 안에서 나의 역할, 모임에서의 나의 역할, 그저 나라는 사람으로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하고 있는 많은 역할들 속에서, 무언가에 애정을 갖고 있다면 그 일은 기꺼이 할 수 있다. 반면, 애정 없이 책임감으로만 어떤 일을 하고자 한다면 그 일을 하는 내내 즐겁지 않을 것이고, 마친 후의 마음도 좋지 못하다.


 내 삶이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을 때,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나는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이 일을 기꺼이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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