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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소영 Aug 12. 2023

순응하는 삶

두 번째 코로나

 이번 안식휴가의 마무리는 제주에서 돌아온 다음날 시작하는 Co-Active 5단계, Core curriculum의 마지막인 Synergy를 수강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과거형인 까닭은 Synergy를 수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듣고 나면 안식휴가가 마무리되는 것임을 알면서도 나는 이 과정을 기다려왔다. 동기들과 함께라면 지난 4월 들어야 했던 과정이지만 아빠의 호스피스 전원을 위해 휴가를 썼기에 수업을 듣기 위해 휴가를 더 내기는 무리라는 판단으로 나는 연기를 선택했었고, 이번주가 4개월 만에 돌아오는 과정이 있는 주였다. 어떤 것이 통합될는지는 몰라도 변화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나에게 필요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안식휴가 중이니 휴가를 내야하는 부담이 줄었기에 이번에는 꼭 듣고 싶었다.  


 제주 반달살이의 마지막 날이었던 8월 9일, 태풍 카눈으로 제주발 비행기들은 조금씩 결항되기 시작했다. 전날에는 제주 여행을 마무리하는 의미로 예약했던 돌고래 선셋 요트의 운항이 취소되었는데, 아쉬웠지만 덕분에 좀 더 여유롭게 물놀이와 노을놀이를 즐기고 포장해 온 해산물들로 숙소에서의 제주 일정을 마무리하는 만찬을 함께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비행기가 뜨지 못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남편은 이동한 부서로 출근을 해야 했고, 나는 Synergy 과정에 참석해야 했다. 처음의 일정은 이 날도 좀 더 구경을 한 후 늦은 오후 출발이었지만 전날 오후부터 검색하여 알아본 끝에 다행히 남편은 12시 티켓을, 나와 엄마는 3시 티켓을 구할 수 있었고 남편을 먼저 보낸 후 공항에서 대기했다. 대기하는 중에도 날씨의 변화와 항공사의 결정에 따라 비행기가 뜨지 못할 수 있기에 마음을 졸이며 카운터 근처를 계속 왔다 갔다 했다.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생각하며 미리 대응하는 (피곤한!^-^;) 성격이기에, 당연히 결항에 대한 생각도 했다. Synergy 과정을 다시 연기해야 하는 것은 아쉽지만, 여전히 휴가 중이기에 다른 제약 없이 근처에 숙소를 구하고 며칠 더 엄마와 시간을 보내면 된다는 것이 다행이기도 했다. 약간의 지연이 있었지만 비행기는 떴고, 엄마와 나는 무사히 폭풍전야의 맑은 하늘인 김포에 내렸다. 엄마를 모셔다 드리고 같이 저녁을 시켜 먹으며 짐을 정리하고 쉬다가,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피로가 몰려왔지만, 내일을 위한 준비를 한 뒤에야 잠자리에 들었다.

 그렇게 Synergy 과정 1일 차에 참석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폭우 속에 환승을 거듭해 도착했지만, 이 과정에 참석할 수 있는 것이 기뻤다. 매번 Co-Active 과정에 참석할 때마다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여 에너지가 없는 상태로 시작했어도, 과정이 마무리될 때는 마법처럼 에너지를 가득 담고 돌아오는 시간임을 이미 경험했기에 이번에도 그럴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절반 이상이 처음 뵙는 코치님들이라 조금 낯설기도 했지만, 역시나 과정에 몰입할수록 '이래서 Synergy구나!' 싶었다. 장애물이 있었다면 에어컨 바람이 바로 떨어지는 자리라서 그런지 가져간 바람막이를 걸쳐도 춥다는 느낌이 있어, 중간중간 따뜻한 차를 마셔주었다. 보통은 일찍 끝나는 하루 일정이 열의와 함께 조금 딜레이 되었고, 수업이 끝나자마자 비가 더 내리기 전에 귀가하여 쉬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버스정거장으로 향했다. 버스에 올라타고부터 컨디션은 더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자리의 에어컨을 줄여도 너무 추워서 옷이 비에 젖어 있었지만 내릴 때까지 최대한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집에 와선 일단 눈을 잠깐 부치고 나서 저녁 식사 후에 씻고 다시 일찍 잠에 들었다. 숙제가 있었지만, 숙제보단 컨디션 회복이 내일을 위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자는 동안 열이 오르락내리락하는지 춥다 덥다 하며 땀이 많이 났지만, 아침이 되니 한결 괜찮았다.

 2일 차 아침, 준비를 하며 어제보다 편한 옷을 입고 오라는 팁에 적당한 옷을 골라 입고 에어컨 바람에 대비하기 위한 니트를 챙겼다. 그리고 출발 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코로나 검사 키트를 해봤다. 아빠가 호스피스 계시는 동안 코로나 검사 키트는 여러 번 해봐서 알고 있었다. 양성이라면 테스트선이 늦게 나타날 리가 없고, 결과가 틀릴 리도 거의 없다는 것을. 혹시나 했던 마음이 무색하게, 테스트선이 대조선보다 먼저 색을 보이고 있었다. 당황했지만, 침착했다. 남편에게 먼저 알렸고 요즘 코로나 확진자 가이드는 어떤지 검색한 뒤 과정 담당자분께 연락을 드렸다. 병원에 가서 다시 검사를 해봐야 확진이고 요즘은 확진이어도 격리 의무가 아닌 권고지만, 함께 과정을 듣는 분들에게 폐가 되고 싶지 않았기에 다시 연기하는 것으로 말씀드렸다. 담당자분의 회신이 오기까지 근처 병원 등을 검색하며 기다리고 있다가, 담당자분의 회신이 온 후 과정 단톡방에도 사과 인사와 함께 소식을 전했다. 증상이 거의 없었다고 해도 몇 시간을 함께 수업을 들었기에 참석하신 코치님들의 몸과 마음이 불편하실 수 있을 것이 걱정되었고, Synergy 과정의 특성상 3일 동안 코치-고객 관계를 연결하여 가져 가기에 나와 페어이신 코치님들께 죄송한 마음이 컸다. 감사하게도 코치님들은 나의 쾌유를 빌어주셨고, 그렇게 나는 태풍은 뚫었지만 코로나를 뚫지 못해 Synergy 과정의 강의장 대신 1년 반 만에 다시 방콕을 하게 되었다.

 그다음은 첫 번째 코로나를 만났을 때와 비슷하다. 목의 불편감과 콧물 등 증상이 추가되고, 약을 먹으면 졸려서 시도 때도 없이 잠이 들고, 열이 오르락내리락하여 자는 동안 땀이 엄청난다. 그렇게 어제오늘을 보내고 있다. 물론 Synergy 과정을 이번에 수강하지 못한 것과 이렇게 나의 안식휴가가 마무리되는 것이 너무 아쉽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해 보면, 이것은 나에게 다른 것이 아닌 쉼이 필요하다는 계속되는 싸인이자 휴가를 마무리하며 하루라도 더 쉬라는 배려였을지도 모른다. 안식휴가 중이었기에 다른 걱정 없이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상황 또한 다행이다. 아직 12월에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때 Synergy를 드디어 수강하게 된다면 많은 변화를 가져왔던 2023년을 마무리하며 지금보다 더 큰 통합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오늘 아침, 희소코치님과 함께 하는 자문자답 나의 1달 단톡방에 H님께서 올려주신 글귀를 다시 음미해 본다.


‘인생은 원더풀(wonderful)’이라고 한다. 원더풀이라는 단어는 ‘훌륭한’ 또는 ‘멋진’이라는 뜻도 있지만 ‘경탄할 만한’, ‘불가사의한’이라는 뜻도 있다. 따라서 인생이 원더풀하다는 것은 ‘인생이란 불가사의하고 경탄할 만한 일들로 넘쳐난다’는 의미가 된다.
인생은 늘 예측하기 힘든 일들로 넘쳐난다. 그것이 멋진 일인지 어떤지는 나중 문제다.
누구나 자신이 생각지도 못한 길을 걸어가기도 하지만, 이러면 이런 대로 저러면 저런 대로 그 나름의 의미를 깨달았다면 그의 인생은 원더풀이라 할 만하다. 그런 사람이 바로 성공한 사람이다. 이러한 경지에 도달하기까지는, 자연스레 되어가는 대로 순응하는 것이야말로 ‘성공의 열쇠다’ 하는 마음가짐이 큰 힘을 발휘한다.
- 소노 아야코


그렇다, 나는 지금 자연스레 되어가는 대로 순응하는 중이다. 아직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원더풀한 삶의 의미를 느끼고 즐기는 길 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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