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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소영 Aug 19. 2023

신구 선생님(프로이트)의 말

연극 <라스트 세션> 

 오랜만의 대학로, 오랜만의 연극 관람이 있었던 오늘! 신구 선생님께서 나오시는 <라스트 세션> 티켓을 정말 아슬아슬하게 막차로 구해서 다녀왔다. 

8/19 17:00 @대학로 TOM 1관

 

  <라스트 세션>은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두 명의 인물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C.S. 루이스'의 만남을 다루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정신분석학자이자 무신론자 프로이트, <나니아 연대기>로 더 잘 알고 있는 루이스. 배경도 인물도 사실이지만, 실제로 이 둘은 만난 적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둘의 사상적 배경을 바탕으로 1시간 반이라는 시간 동안 끊임없이 토론을 펼쳐낸 연극은 매우 흥미로웠다.


 <라스트 세션>은 엄청난 몰입을 필요로 하는 연극이었다. 마이크 없는 공연에서 겨우 예매한 맨 뒤에서 세 번째 자리에서의 관람이자, 프로이트와 루이스의 심오한 대화들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면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엄청난 대사량을 소화해 내는 멋진 두 배우 신구 선생님과 이상윤 님의 열연에 몰입할 수밖에 없기도 했다. 그 와중에 귀에도 마음에도 꽂혔던 대사가 있었으니, 오늘은 이 대사에 대한 단상과 함께 짧은 후기를 남겨본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보다 말하지 못하는 것들이 더 중요하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리더로서, 코치로서. 나는 열심히 듣는다. 그리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극 중에서 신구 선생님(프로이트)은 말했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보다 말하지 못하는 것들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지 않는 것과 말하지 못하는 것은 다를 것이다. 말하지 않는 것은 선택이지만, 말하지 못하는 것은 어찌할 수 없이 그렇게 되는 것으로 느껴진다. 화자의 입장에서 말하지 못한다는 것은 아직 스스로도 납득하거나 소화하지 못했다는 것일 터. 무겁게 마음속에 담아둔 말하지 못한 것은 언젠가 말로 표현될 수도 있고 끝끝내 말로 내뱉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을 것처럼 말할 수 없었던 무언가를 말할 수 있게 되는 순간, 그것은 나를 짓누르던 무게가 아닌 가벼움으로 다가온다. 

청자의 입장에서라면, 상대가 말하지 못하는 것을 말하도록 할 필요는 없지만, 말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고 언젠가 그것을 말할 수 있게 되었을 때 함께 있어주는 일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시대를 초월한 최대의 미스터리를 하루아침에 풀어보겠다고 생각하는 건 미친 짓이죠. 

딱 하나 더 미친 짓이 있지. 그렇다고 생각을 접어버리는 것. 


 극에서 이야기하는 최대의 미스터리는 신에 대한 것이었다. 무신론 vs. 유신론. 거대한 주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굳이 거기까지 가지 않아도, 무엇이든 하루아침에 이루려는 생각은 어리석다는 것을 살면서 우리는 알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포기하는 것은 더 미친 짓이라고 신구 선생님(프로이트)은 말했다. 

 지금의 내가 원하지만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접어버리는 미친 짓은 하지 말자. 계속해서 생각하고 시도하는 것, 그것이 살아있음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커튼콜 촬영 가능 회차 티켓은 못 구했지만, 스페셜 메시지카드 증정 회차 티켓은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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