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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소영 Feb 29. 2024

애씀에서 오는 무력감을 다루기

리더이자 팔로워로서의 변화관리라는 난제 앞에서

 12월 말엔 가족으로 인한 상실감이, 1월 말엔 건강으로 인한 불안감이, 2월 말엔 조직으로 인한 무력감이 나에게 왔다. 무엇 하나 회복되지 못한 채 무거운 감정들이 쌓였고, 그것이 오늘 나에게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을 불러일으켰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의 사회생활 동안 여러 리더를 만났고, 많은 사람들이 리더 때문에 퇴사한다고 하지만 난 다행히도 스스로의 퇴사를 종용할 만큼 최악의 리더를 만난 경험은 없었다. 좋지 않은 기억을 더 많이 남긴 리더도 있었지만 그들에게도 배울 점은 있었고, 좋은 리더라고 할 수 있는 분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조직의 크고 작은 변화의 시기에 이 분처럼 해야겠다는 배움을 안겨준 리더는 없었다.

 경영진 교체, 인수합병, 조직 개편, 리더의 선/해임 등 다양한 조직의 변화들 앞에선 좋은 리더들도 그들이 가진 강점을 발휘하기를 어려워했다. 팀원들을 버리고 스스로의 살 길을 찾아 먼저 떠나는 리더도 있었고, 새롭게 맡게 될 역할에 대한 걱정으로 현재의 역할을 미리 놓아버리는 리더도 있었고, 자신의 자리에 대한 불안감으로 그 감정을 팀원들에게 전염시키거나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는 리더도 있었다. 공통점은 팀원들보다 스스로를 먼저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사람이기에 어찌 보면 나를 우선시하는 것이 당연한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리더들과의 이러한 경험은 나에게 일종의 강박을 남겼다.


 나는 변화의 시기에 나의 바람을 생각하기보다 팀원들을 위한 일을 먼저 하는 리더가 되겠다.


 나는 경험을 통한 이 교훈이 나를 더 나은 리더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강박'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이를 위한 애씀은 오늘 나에게 무력감을 가져다주었다. 몇 달에 걸친 변화의 파도 속에서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없었지만, 내가 맡고 있는 조직의 흔들림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하려 했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생각하는 최선이었을 뿐, 리더들에게는 당장 본인들도 해결할 수 없어 답답한 이슈에 대해 정리가 필요한데 왜 하지 않냐고 재촉하는 팔로워일 수 있고 팀원들에게는 필요한 답은 안겨주지 못하면서 의미 없어질 수 있는 논의를 하는 성가신 리더일 수 있었다. 그리하여 나는 오늘 팔로워로서 나의 리더에게 본인들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계심을 알아드리지 못했음을 인정했고, 리더로서 나의 팀원에게 나의 최선이 그의 필요를 채워주지 못함에 대해 사과했다.

 그리고 오늘 알아차린 무력감이라는 감정 속에서 몇 시간을 스스로를 괴롭힌 끝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과 내가 어쩔 수 없는 것에 대해 애쓰는 것은 다르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아빠의 병환을 어떻게 해보겠다고 애쓰던 내가 생각나서 자꾸만 눈물이 났다. FLOW. 어떤 일은 나의 의지로 되는 일이 아님을, 애쓰지 않고 흐르는 대로 두어야 하는 것임을, 세상에는 그런 일이 더 많음을.


 그래서 앞으로도 남아 있는 불확실성의 기간 동안, 리더이자 팔로워인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일단 오늘은, 나의 진정성을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만은 알아주는 것으로 나의 마음을 다독이자.

 그리고 3월이 오면 다시 힘을 내보자. 힘은 내되 애쓰지는 말자. 그것에 변화의 파도를 잘 타는 법에 대한 힌트가 있으리라 믿으며.



* 타이틀 사진: UnsplashSilas Bais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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