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살의 사무실에서 문득, 재미있는 것을 하고 싶어 졌다.
2013년. 군대를 다녀와서 복학을 하고, 정신없이 학교를 다녔다.
2014년. 학교를 다니면서 대외활동을 했고, 정신없이 취직이 됐다.
전공에 관련이 있었고, 그동안 관심 있던 분야에서 일하게 되어 좋았다. 무엇보다 좋은 선배들, 동기와 일할 수 있어서 좋았다. 처음 1년은 정신없이 일을 했다. 그다음 1년은 나에게는 도전적인 업무를 받아서 고되게 일했다. 그렇게 지속된 직장생활에는 업무적인 성과와 금전적인 여유가 따라왔지만 하루도 재미있고 행복한 적이 (직장의 선배들과 동료와 보낸 시간을 제외하고는) 없었다.
그렇게 2년 하고도 5개월쯤 되었을 때,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 책상에 앉아서 생각했다.
'왜 난 재미없는 삶을 스스로 선택해서 살고 있을까?'
참담했다. 내가 배운 것을 써먹고, 좋은 사람들과 일을 하면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면, 난 뭘 해야 재밌어질 것인가. 난 뭘 해야 행복함을 느낄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답이 안 나오니 일이나 마저 해야겠다 싶어 고개를 들었을 때, 사무실 파티션 벽에 붙여놓은 두 장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여름휴가가 끝나고 모스크바 공항에서 환승을 기다리면서, 다시 여행을 떠나는 내 모습을 소원했었다.
프라하에서 찍은 내 사진을 한 선배님께서는 '특파원 같다'라고 평하셨었다. 그건 사실 모험가라던가 특파원이라던가 막연하게 꿈꾸는 외국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모습을 상상했던 어린날의 허황된 장래희망이기도 했다.
보통 어릴 적 장래희망에 적는 것들을 커서 계속하는 경우는 드물다. 과학자, 탐험가, 발명가...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꿈은 말도 안 되는 거야.'라고 생각하게 되면서 현실적인 꿈으로 수정했다. 수정된 꿈 역시 많은 제약들로 인해 다가가기 힘들다고 생각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목표로 바꾸게 된다. 결론적으로 나는 한 번도 내 꿈에 도달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번쩍 생각했다.
'여행할 때가 재밌었으면, 하면 되잖아. 탐험가처럼 세계일주 여행하기.'
생각이 든 이후에 내 나이를 생각했다. 28살, 미룰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바로 세계일주 관련 서적을 샀다. 그리고 몇 달 뒤, 나는 회사에 사표를 그만두고 여행을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