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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택 Aug 21. 2017

134. 미 서부의 전초기지로!

2017년 7월 11~13일, 여행 293~295일 차, 미국 샌프란시스

하이 라인 파크에서의 감금(?) 사건에 허겁지겁 공항으로 왔지만 충분히 여유 있는 이동이었다. 아쉬운 뉴욕에서의 당일 치기였지만, 미국 대부분의 일정이 서부에 집중된 나로서는 서부의 첫 일정인 샌프란시스코가 더 중요했다. 뉴욕에서 새벽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샌프란시스코는 캐나다와, 뉴욕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었다. 아, 이것이 진정한 미 서부의 전초기지란 말인가!


샌프란시스코 톺아보기

새벽에 출발한 비행기는 점심시간 즈음에 도착했다. 미국은 땅덩어리가 커서 대륙 끝에서 끝으로 이동하면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더 오래 걸린 기분이다. 동부와 완벽히 다른 부분이 있다면 기후. 확연히 덥다. 해가 떠있는 동안은 굉장히 뜨겁다. 그래도 그늘에 가면 금방 서늘해지는 것이 또 특징이다. 그래서 거리를 거닐면 그늘에 있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 호스텔이 짐을 풀고 거리를 걸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면 잔디밭이 꽤나 크던 공원에 누워있을 때가 아니었나 싶다.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들, 그냥 누워서 서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 그리고 데이트하던 커플, 따뜻하게 내려오는 햇살 아래의 그 풍경들이 아름다웠다. 따갑지만 선선한 그곳에서 나도 한창을 누워있었던 것 같다. 지나가던 사람들의 걸음은 동부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예능에서 우스갯소리로 '서부 사람들은 걸을 때도 리듬을 탄다'라고 하는데, 리듬을 타는 것 같지는 않아도 바쁘게 움직이지 않음은 확실했다.

걸음을 옮겨 롬바드 가로 향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오면 가장 와보고 싶었던 곳 중 한 곳이었다. 인사이드 아웃이나 각종 영화에서 많이 나오는 그곳이다. 소문대로 어마어마한 경사를 자랑하는 롬바드 가는 아침 일찍 가야 파란 하늘에 해가 받는 롬바드가 풍경을 볼 수 있다. 해가 지고 있을 때에는 색을 많이 잃어 아쉬웠다. 되려 롬바드가에서 뒤를 돌아보는 풍경이 더 아름답다. 롬바드 가를 내려와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 재밌는 풍경을 발견했다. 추억의 닌텐도 64를 길거리에서 플레이하는 사람들이었다. Geek 한 취향의 미국 형들의 모습을 보다니! 나도 무시무시한 흑형들 사이에 겨서 같이 마리오 카트를 몇 판 즐겼다. 이 잉여스러운 모습이 서부의 모습인가!?

샌프란시스코는 바다를 끼고 있기도 하고 지형적인 이유(언덕이 정말 많다!)때문에 바람이 굉장히 세게 분다. 7월의 미 서부인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바람 때문에 밤에 패딩이 필요할 정도로 추웠다! 숙소에서 패딩을 챙겨 나와 야경을 담으러 갔다. 골든게이트브리지와 도심을 같이 잡을 수는 없었어서 아쉬웠지만 나쁘지 않았다. 강가의 도시 야경은 반영이 살아 있어서 좋은데 바다는 아무래도 비치는 공간이 적어 화려한 감은 적었다. 하루 만에 샌프란시스코를 다 볼 수는 없었지만 보고 싶어 했던 것들은 다 볼 수 있는 톺아보기 시간이었다.


닮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보낸 일정은 이틀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나에게는 인상 깊을 수밖에 없던 이유는 닮고 싶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소개하고 싶은 분들은 여행 직전 근무하던 회사 선배인 앨리스&에디 부부! 여름휴가를 미 서부로 오셔서 동선이 맞을 때 본인들이 차를 빌렸으니 함께 움직이자고 제안해 주셨고 그래서 함께 움직일 수 있었다. 

Alice 누나와 Eddie 형님. 국제거지 국내프로백수를 이렇게 챙겨주시니 감사합니다

같이 한 시간에 대해서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하는 건 큰 의미가 없는 듯하고. 내가 이 부부를 닮고 싶었던 이유는 부부로서의 모습 때문이었다 (물론 인간적으로도 두 분 좋아하고!). 사람들마다 추구하고 싶은 부부상이 다를 것이다. 최근에 여행을 오래 나오면서 '사람들이 왜 결혼을 안 하려는지'도 이해가 되기 시작하는 판국에 Alice & Eddie 부부의 모습은 '이렇게도 지낼 수 있구나.'라는 걸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부부 생활의 가장 중요한 것은 존중인 것 같은데, 이 부부는 유쾌한 존중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부부여도 싫을 수 있는 상황인데도 양보하고, 존중하는 모습이 부러웠다. '결혼한다면 저렇게 지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괜시레 내 상황이 처량해지는 느낌이 들 정도!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주시고, 좋은 영감을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사진을 갖고 있지 않은 다른 닮은 사람들 중 하나는 인 앤 아웃 버거에서 만났다. 미 서부에 온다면 꼭 먹고 싶었던 음식 중 하나가 바로 이 인 앤 아웃이었다. 한창을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주문한 음식을 받아 들고 자리를 찾았는데 대부분이 자리 주인이 있어 앉을 수 없었다. 한 백인 아저씨가 '이봐, 여기 앉아! 우리 옆에 앉아도 상관없어.'라고 말해주어 거기서 햄버거를 먹을 수 있었다. 아, 물론 햄버거는 엄청나게 맛있었다....


날 불러준 Jerry는 한국에서 보면 '오지랖이 넓은 아저씨'로 보일 수도 있다. 나를 굳이 불러 옆에 앉힌 이유는 샌프란시스코에 놀러 온 외국인 같아 보여서(물론, 다른 관광객이 많았지만 하필 그 시간대에는 나만 동양인이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였다고 했다. 얘기의 시작은 한국에 대한 이야기였다. 따님이 한국을 너무 좋아하고 BTS의 팬이라나. 내가 Jerry 아저씨를 닮고 싶은 사람으로 기억하는 이유는 바로 '자신의 고장에 대한 강한 사랑과 관심'이었다. 계속 고민 중인 나의 진로에 다시 한번 경종을 울렸던 아저씨였다. 아저씨는 샌프란시스코를 너무 사랑하셨다. 한국으로 시작된 얘기는 샌프란시스코의 역사와 도시에 대한 정보로 넘어갔는데, 개인이 알기에는 너무 방대한 양을 알고 계셨다. 최근 들어 관심 있는 분야가 지역에 대한 것인데, 나도 Jerry아저씨처럼 지역에 대한 애착과 지식을 갖고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햄버거 먹으면서 만난 정말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주 인상 깊었다.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사람들은 호스텔에서 만났던 Coco누나와 Dj였다. 영어로 이름을 소개했지만 엄연히 한국 분들이다 :) 고모와 조카로서 여행 온 두 분은 사실 Coco가 뉴욕에 거주 중이고 고모의 집으로 Dj 가 영어 공부를 하러 온 것이었다. 주로 이야기를 나눈 것은 CoCo 누나와 였다. 누나는 '젊은 나이에 여행을 하고 싶은 내가 참 부럽고 닮고 싶다'라고 이야기하셨지만, 누나도 만만치 않게 도전적인 삶을 사셨다. 여행을 좋아해서 이런저런 곳을 다니시고, 지금은 미국에서 일을 하고 계신다고. 캐나다 편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민에 대한 꿈을 꾸고 와서 실패하는 사람들도 많다. 여행 후 플랜 A로서의 이민 준비를 고려했던 나로서는 가장 닮고 싶은 삶의 모습을 살고 있던 거니까. 하지만 그런 것보다는 CoCo누나가 타인인 나를 대하는 태도가 더 본받고 싶고 닮고 싶었다. 누군가는 오지랖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걸 다르게 읽으면 배려심이다. 누나는 끊임없이 내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했고 그걸 바탕으로 나에게 대하는 태도와 언어로 배려를 해주셨다. 모름지기 그렇게 지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뉴욕에 사는 누나와 뉴질랜드로 가기 전 다시 재회하기로 약속했다. 아마 그때는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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