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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택 Aug 22. 2017

135. What a Wonderful West (1)

2017년 7월 14~17일, 여행 296~299일 차, 미국 서부지역

미국은 굉장히 큰 나라다. 당장 미국이 얼마나 큰 나라인지 확인해 보고 싶다면 구X 지도를 켜고 우리나라와 미국의 크기만 비교해봐도 알 수 있다. 한 주(State)를 다 여행하는 것도 굉장히 힘든 상황에 주가 무려 52개나 있다.이 말인 즉슨 미국 전역을 개인이 제한된 시간 안에 여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어떤 지역을 여행할 것인지 결정하여 집중적으로 봐야 한다. 지역이 큰 만큼 다채로운 매력이 있지만, 나는 여러 지역 중 서부 지역을 택하기로 한다. 도시의 모습은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고, 유적지 들이나 미술관이 주는 매력보다는 자연이 더 큰 매력을 나에게 주지 않나라는 생각에. 마침, 이집트 여행 중에 작게나마 도움을 주고 받았던 분이 미 서부 여행에 큰 도움이 되어주시겠다고 말씀해 주셔서 고민 없이 서부로 향하는 비행기를 끊었던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버스로 4시간, LA로 향하는 버스가 3박 4일 간의 굉장히 바빴던 미 서부여행의 시작을 알렸다.


작은 인연이 만든 바쁜 시작

위에서 언급했다 시피, 미 서부를 선택한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이집트 여행 중에 알게 된 YJ님(!)때문이었다. 여행을 하다가 정보가 필요할 때, 카X오톡에서 제공하는 '오픈채팅(공개 채팅방)'을 이용해서 실시간 정보를 확인하기도 한다. 라오스를 여행할 때와 이집트를 여행 할 때 도움을 굉장히 많이 받았었기 때문에, 이미 그 여행지역을 떠난 이후에도 그 두 개의 공개 채팅방에서는 나가지를 않았다. 그러다보니 다른 여행자들에게 도움을 많이 주기도 하고 웹 상이지만 많이 친해지기도 했다. 그러던 도중 내가 미국으로 이동한다는 소식을 들었던 YJ님께서 '본인이 있는 서부에서 함께 여행을 하자'라고 제안하셨고, 고민 끝에 서부로 이동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YJ님꽈 함께 이동 중에, 캘리포니아의 광활한 도로를 보라!

샌프란시스코에서 4시간 버스를 타고 LA로 향해 바로 YJ님을 접선했다. 메신저 프로필 사진에 있었지만 한 번도 확대해서 본 적은 없었던 터였지만, 서로 본능적으로 프로백수와 YJ임을 인지했고 (웃음) 바로 차에 짐을 실고 첫 번째 목적지인 라스베이거스로 향했다. YJ님 께서는 '굉장히 빡빡한 일정이 될겁니다.'라고 말하셨다. 인터넷으로 날린 메시지 몇 통이 만들어준 소중한 인연, 그리고 그 인연이 폭풍같은 일정을 만들게 된 것이었다.



그랜드 캐년, 대자연이 만드는 세월의 물결

차를 몰아 향한 첫 번째 장소는 라스베이거스였다. 뭔가 보려고 방문한 것은 아니라 비용절감을 위해 다른 여행자와 합류하기 위해서였다. '재욱'과 '홍규'는 미국에서 학점 교류형 인턴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던 차에 서부 여행을 택했다. 오후에 출발해 라스베이거스에 밤에 도착해 그 둘을 태우고 새벽내내 달려 진짜 첫 번째 목적지, 그랜드 캐년(Grand Canyon)으로 향했다. YJ님은 '일출시간 음영이 지는 그랜드 캐년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시면서. 새벽 4시 반, 일출 시간 30분을 남기고 겨우 도착한 그랜드 캐년에서 고요히 일출을 볼 준비를 했다.

동틀 무렵의 그랜드 캐년. 아직 빛이 많지 않아 어두운 모습

처음 도착했을 때에는 협곡 아래가 잘 보이지 않았다. 서서히 동이 올라고오 있어서 빛은 전반적으로 퍼저 있었지만 그 양이 부족해 거무죽죽하게 아래가 보일 뿐이었다. 이윽고 해가 머리를 내밀면서 주홍빛의 햇빛을 내뿜으면서 검은 그림자 천을 한 꺼풀씩 벗겨 내듯 점점 그 빛을 찾아가고 있었다. 시간에 따라 그림자가 걷히면서 오랜 시간동안 퇴적되어 만든 '세월의 물결'이 보이기 시작하는 그 모습은 정말 감동 그 자체였다.

해가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면 주황색 빛이 협곡을 덮고 있던 그림자를 하나씩 벗겨낸다.

해가 그 모습을 완전히 드러내면 햇빛의 노란색 빛을 띄며 세상을 비춘다. 지평선 같이 평평한 캐년이지만 위아래로도 작은 굴곡들이 있기 때문에, 햇빛이 그 굴곡을 따라 꺾여 빛의 갈래를 만들어 낸다. 대자연이 만드는 파노라마와 이 빛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갈라지는 햇빛과 그림자가 걷히는 그랜드 캐년에서.

여행을 다니면서 내 사진을 잘 안남기는 편인데도 너무 남기고 싶었다. 대 자연속에 서 있는 나를 어쩜 그리 남기고 싶던지. 친구들 사진을 찍은 뒤 이렇게 찍어달라 가이드 하면서 한참을 왔다갔다하면서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난다. 만약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 그랜드 캐년에 가시게 된다면, 반드시 해 뜨기 전에 도착해서 해가 뜨는 시간의 그랜드 캐년을 보시길! 하지만 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해가 뜸에 따라 바뀌는 협곡의 모습을 볼 것!



안텔롭 캐년, 빛과 모래가 만드는 신비함

가는 길에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하고 두 번째로 향한 곳은 안텔롭 캐년(Antelope Canyon)이었다. 사실 미 서부는 내가 여행을 준비했다기 보다 YJ형님이 준비해놓으신 일정을 빠듯하게 따라가는 것이었기 때문에 사전 정보가 거의 없었는데, 가는 동안 나눴던 이야기로 단박에 이미지가 떠올랐다. '윈도우 배경화면 나온 모래 지형'

안텔롭 캐년에 입장하기 전, 가이드와 함께 대기 중. 이렇게 보면 도대체 뭔가 싶기도 하다.

안텔롭 캐년은 애리조나 주 내의 인디안 보존 구역인 나바호에 위치해 있다. 처음에는 사진사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알려진 공간이었는데, 이제는 너무 알려져서 관광객들을 통제 하기 위해 가이드들이 존재한다. 문제는 일정 관광객이 모객이 되야 투어를 출발한다는 점이다. 시간대가 정해져 있지만 그 시간대에 출발을 못하고 대기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나 역시도 그래서 거의 1시간을 대기해야 했어서, 입장 전부터 짜증이 단단히 났다. 하지만 계단을 따라 내려가 안텔롭 캐년의 진 면목이 보여지는 순간 부터 그 짜증은 말끔히 사라진다.

협곡의 틈 사이로 들어오는 빛 줄기가 아름답다. 빛의 각도에 따라 모래의 색이 바뀌기도 하는데...

안텔롭 캐년은 정확히는 협곡의 사이로 이동하며 안의 풍경을 보는 것인데, 해의 위치에 따라 빛이 들어오는 양과 각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시시각각 그 모습이 달라 묘사를 명확히 할 수는 없다. 빛이 수직으로 틈 사이로 들어올 때에는 그 좁은 틈에 회절이 되면서 빛이 갈라져 마치 동굴 안에 천사가 내려오는 듯한 신비함을 자아낸다. 하지만 내 개인적으로 안텔롭 캐년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가질 때는 해가 은은하게 들어오면서 모래 결을 따라 다양한 색을 내비칠 때였다.

해가 동굴쪽에서 보이지 않으면 파란 하늘과 모래가 음영을 이룬다
하지만 슬며시 빛이 들어오면... 모래와 빛이 검은색, 흰색, 모래색이 아닌 다른 색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YJ님이 말씀하셨던 '윈도우 배경화면'이 실시간으로 생중계 되는 이 기분! 별도의 보정 없이도 누구나 이런 모습을 보고, 찍을 수 있다. 분명 햇빛은 밝은 빛이고, 협곡을 이루는 모래는 금빛을 띄는 것인데 어떻게 이런 색이 나오는 건지 아마 과학적으로 설명이 되는 부분임에도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풍경인 것이다. 한시간 반 정도 이 좁은 협곡길을 따라 풍경들을 보고 나오면, 협곡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모래와 물을 이용해 설명해 준다. 간단히 설명하면, 모래 지형인 이 곳에 과거 물이 흘르고 비가 왔었는데 그 상황에서 해가 강해 수분이 모두 증발하고, 물을 먹지 못한 모래들은 바람에 쓸려나가고 나면 젖은 모래들이 기둥과 협곡이 되어 남아있는데, 조밀하게 남아있던 모래 구조들이 수분이 증발하면서 촘촘한 모래 협곡을 만들게 되는 것이라고. 역시 자연은 놀랍다.



홀 슈 밴드, 콜로라도 강으로 만든 거대한 말발굽

오늘 일정의 마지막은 홀슈밴드(Hores-shoe band)였다. 우리나라로 치면 물돌이지형이라고 해서 기대감이 바닥을 쳤다. 사실 화씨 100도를 훌쩍넘어 105~120도(섭씨 온도로 40도 대) 의 날씨에 밖을 걸어다니니 차 밖에 있는 동안엔 사람이라기보다 시체에 가깝게 움직였고, 운전을 혼자 도맡아 하신 YJ형님의 경우 어제 밤 부터 오후 내내 거의 잠을 주무시지 못했다. 말벗을 하던 나 역시도 그랬고. 그래서 홀슈밴드 마지막으로 간다고 하셨을 때 다들 '그냥 지나갈까요'하면서 큰 기대감들이 없던 것이 사실이었다. 심지어 홀슈밴드를 보려면 꽤 높은 언덕을 올라가야 한다고 하니 더 기가 막히고 가지 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안갔으면 대실망할 뻔했다.

우리나라 물돌이 지형의 확대판이라고 생각되겠지만, 주변의 협곡이 물돌이를 더 웅장하게 만든다!

한 군데에서 딱 봐야 하는게 고정이라 사진을 많이 찍을 일은 없지만, 협곡으로 둘러쌓인 웅장한 물돌이 지형, 그리고 그 끝에 앉으면 아찔한 높이에서 앉아 있는 느낌은 어마어마하다! 같이 간 홍규와 재욱이와 사진도 찍었다. 콜로다고 강이 유려히 흐르며 만드는 말발굽, 그리고 맑은 하늘 위 떠있는 역동적인 구름. 모든 요소들이 이 홀슈 밴드라는 지형을 아주 완벽하게 만들어주었다! 오지 않았으면 대 실망했을 서부 일정 첫 째날의 근사한 마무리었다. 그야말로 대자연 앞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What a Wonderful W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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