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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택 Aug 22. 2017

136. What a Wonderful West (2)

2017년 7월 14-17일, 여행 296-299일차, 미국 서부지역

엊그제 새벽부터 시작된 이동, 그리고 어마어마한 더위 탓에 나와 YJ님 그리고 두 학생들 모두 호텔에서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조식 후 부지런히 오늘의 일정을 위해 체크아웃을 했다. 이렇게 불꽃같이 보아도 서부의 명승지들은 반의 반의 반도 못가는 것이 어이가 없지만, 오늘도 놀라운 서부의 장관을 보기 위해 바지런히 움직였다.


브라이스 캐년, 화씨 110도 속 트래킹

처음 도착한 목적지는 브라이스 캐년 (Bryce Canyon)이었다. 붉은 모래가 특징적인 곳이라고 했는데, 나에게 지금 기억 남는 브라이스 캐년은 불판같은 트래킹 코스 뿐이다. 일단, 붉은 모래는 아쉽게도 해가 구름에 많이 가려지다보니 빛을 덜 받게 되어 그 색이 덜 발현되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날의 온도였다. 화씨 110도. 이건 뭐 사람이 돌아다닐 수 있는 날씬가 싶을 정도로 엄청나게 더웠다. 더위밖에 기억에 남지 않는다.

긴팔을 입어서 더운거 아니냐고? 저거 쿨-드라이 셔츠여서 그렇게 두껍지도 않은데...

그래도 트래킹은 역시 윗쪽에서 바라보는 뷰가 좋지 않냐 라고 이야기하겠지만... 브라이스 캐년은 고리 형태로 된 트레킹 코스여서 위에서 시작해서 아래로 내려갔다가 다시 위로 끝나는 코스였으므로, 다람쥐 쳇바퀴 돌듯한 코스인 셈이다. 오르기 위해 내려갔고, 내려갔으니 올라와야 하는... 그럼에도 톱 뷰는 뭐 만족스러웠다 :) 딱히 언급할 것이 없는게, 협곡들의 모습 자체는 그랜드 캐년과 큰 차이는 없다. 그 큰 협곡들 사이를 아래로 내려가 볼 수 있다는게 특이한 점.  아니면 웅장한 것을 먼저 봐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님 너무 더위에 고생해서...

언덕을 오를 떄는 느낄 수 없는 희열! 오를 때는 죽을 맛일 뿐이지 :-(



자이언 캐년, 날씨가 도운 최고의 광경

브라이스 캐년이 자이언 캐년의 축소형 및 체험형이라고 한다면 자이언 캐년은 전혀 다른 풍경을 품고 있었다. 자이언 캐년 초입에 있는 암석들은 그랜드 캐년에서의 그 것과는 전혀 다른 무늬가 형성 되어 있다. 또한 구조도 원뿔형으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자이언 캐년에서 본 풍경 중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이 초입이 아니었다. 

기분 나쁜거 아닙니다. 기분 굉장히 좋은 상황입니다. 미 서부여행인데요!

YJ 님이 "여기의 진짜는 다른 곳이다"라며 인도하셨다. 한 40분 쯤을 걸어서 들어가는데 갑자기 구름이 몰려오고 비가 오기 시작했다. 졸지에 소나기를 맞아서인지 우리 모두 기분이 그다지 썩 좋지는 않았다. '어디길래 거기까지 가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본인이 프로필 사진으로 찍어놓은 포인트라고 하셨다. 나는 본 적이 있었는데, 그냥 미서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도착했을 때, 그 풍경은 내가 본 그것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구름 사이에서 빛이 새어나와 협곡 아래를 비추었다. 판타지 소설에나 나올 법 한 장면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이나 최근에 개봉한 '워크래프트' 등지에서 협곡 씬이 나오면 볼 수 있는 풍경이 내 눈 앞에 펼쳐졌는데, 심지어 날씨가 도와준 탓에 협곡 아래 숲 한 가운데 빛이 강하게 내려쬐고 있었다. 마치 선택받은 땅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고, 판타지 소설 속의 배경을 눈 앞에서 목격하는 기분이었다. 이 풍경을 함께 보던 YJ형님은 '멀어서 안오려고 했던 곳인데...'라고 하셨는데 만약 오지 않았더라면 내 인생에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을까 싶었다. 



라스베이거스, 환락의 도시?

미국 서부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라스베이거스에서의 2박이었다. YJ님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또 밤늦게 바로 사시는 LA로 돌아가셔야 했다. 나는 LA에 돌아가서 형님과 다시 재회하기로 했긴 했지만, 삼일 내내 운전하시고 또 밤에 혼자 운전하시면서 돌아가셔야 한다는 사실에 몸서리 치게 죄송했다. 자꾸 괜찮다고는 하시지만... 돌아가셔야 한다고 하시니 LA에서의 재회를 기대하며 나와 두 학생은 체크인을 하기로 하고 그 날 밤은 쉬었다.

본격적인 라스베이거스 관광은 그 다음 날 하루를 움직였다. 사막이 대부분인 곳에 카지노로 경제 부흥을 일궈낸 주가 바로 라스베이거스다. 보통은 '환락의 도시'로 알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환락의 도시라고만 치부하기에는 굉장히 매력적인 부분이 많다. 가장 큰 매력은 바로 호텔 별로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개성이다.

호텔들은 모두 숙박시설과 함께 카지노를 갖고 있을 것이다. 고객을 사로 잡을 만한 다른 수단은 결국 디자인과 컨셉 뿐이었던 것이다. 각 호텔은 각자가 갖고 있는 다채로운 디자인과 컨셉으로 무장했다. 어떤 호텔은 베니스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디자인을, 어떤 곳은 파리를, 심지어 어떤 곳은 실제 홍학을 갖다놓고 열대 동물원 컨셉으로 호텔을 꾸며 놓았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라스베이거스의 묘미는 바로 패가망신의 도박(!?). 아마 세상의 모든 종류의 도박은 이 곳에 다 있을 것이다.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카지노는 남녀노소(에서 소는 나이 제한이 있지만) 이용할 수 있다. 나도 캐나다에서 벌어서 남겼던 돈 중 50불 (!)을 여행 경비 마련(...)이라는 이유로 시도했지만 보기 좋게 말아먹었다. 역시 환락의 도시에서 일확천금의 기회를 노리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꿈 같았던 미 서부 여행이 50$을 한 시간만에 사라지게 함으로서 허황 된 꿈은 안된다는 교훈을 준 씁쓸한 What a Worst West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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