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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택 Aug 23. 2017

136. LA 문화 산책

2017년 7월 18~21일, 여행 300~303일 차, 미국 LA

미국 서부 여행을 마치고 L.A로 이동했다. 함께 했던 두 청년들과는 헤어졌고 먼저 LA로 복귀하셨던 YJ님의 거처에서 지내기로 했다. LA에서는 사실 방향성 있게 무언가를 보았던 것은 없다. 그냥 LA에 오기 전 '이 것은 꼭 봐야겠다'고 생각한 것들을 하나씩 봤는데, 보고 나니 문화라는 카테고리로 조금 정리되지 않았나 싶다.마치 무슨 TV프로그램에 나올 법한 LA 문화 산책을 했달까?


LA의 선물, 게티 센터

LA는 서부에서 손 꼽히는 대 도시다. 도시의 규모도 그렇고, 여러 명문 대학들도 많이 자리 잡았고, 벤처 기업들도 이 곳에서 많이 시작해서 그렇겠지만 문화적으로도 굉장히 융성하다. 많은 대학과 미술관, 박물관 등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곳 하나를 꼽으라고 질문하면 아마 대부분이 게티 센터(Getty Center)를 뽑지 않을까 싶다. UCLA 근처, 산타 모니카에 부촌 베버리 힐즈를 마주하고 자리 잡은 이 곳 게티 센터는 석유로 부자가 된 대 부호이자 수집 광이었던 폴 게티의 개인 소장품과 이사회가 모은 각종 미술품들이 가득하다. 뭐 미술품을 떠나서 일단 위치가 위치인 데다가 미국에서도 가장 손꼽히는 건축가가 지은 센터 건물 탓에 이 곳에 오는 것 자체로 이미 인간이 만든 예술품과 자연이 만들어내는 예술품을 동시에 보는 셈이다. 심지어 무료다!

게티 센터의 전경. 내부 정원도 정말 아름다우며 날씨만 좋으면 LA 시내의 전경을 볼 수도 있다

이런 천혜의 공간과 다양한 미술품을 무료로 공개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티 센터를 갖고 있는 것 만으로도 LA는 커다란 선물을 받은게 아닌가 싶다. 기존에 게티 재단에서 갖고 있는 작품을 이용한 상설전시와 더불어 외부에서 작품을 빌려오는 상설전도 주기적으로 변경되면서 LA에 거주하는, 그리고 여행을 오는 여행자에게 미술적인 기회를 많이 제공하고 있었다. 시간이 나에게 오래 허락되지 않아서 모든 작품을 다 볼 수는 없었는데, 갔을 떄 있었던 영국 지역 별 작가들의 사진이 전시되고 있었다. 20세기 초에 촬영 된 작품들이니 100년이 가깝게 된 작품들이었다. 일상을 담았던 작품들이 100년이나 보관되고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그걸 보는 사람들을 보고는 문득

내가 남기는 이 글은, 사진들은 과연 얼마나 사람들의 마음에,
기억에 남아있을수 있을까란 생각을 하게 된다.



The last book store, 변화를 꿈꾸는 '최신의' 서점

박물관, 미술관이 아닌 곳에서 뜻하지 않게 LA의 문화가 살아숨쉬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라면 단연 이 'The last book store'를 꼽고 싶다. 관광지로 유명한 곳은 아니다보니 특별히 검색하지 않고는 알려져 있지 않은 곳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 하면 이 곳은 중고 서점이다. 하지만 단순한 중고 서점이라고 할 수는 없다.

거리 밖에서의 The last book store. 특별한 외관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일단 이 서점을 이야기 할 때 항상 나오는 것, 바로 서점의 디자인이다. 굉장히 예쁘게 구성되어 있는 디자인. 물론 그 부분도 백번 공감한다. 책으로 이루어진 터널이라던가, 추리소설은 굉장히 기괴하게 디자인된 밀실에 있다던가. 그런데 내가 말하고 싶은 디자인은 외형적인 디자인이 아닌 용도와 설계에 대한 부분의 디자인이다.

추리 소설들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은 밀실과 같은 디자인이다. 

우리나라에 있는 대부분의 서점을 고려해 본다면 서점은 굉장히 정돈된 공간이다. 책을 읽는 것에 방해를 주지 않고, 책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이 곳의 디자인은 책이 스스로 존재하는 공간이라는 느낌을 주는 경향이 강하다. 책을 신속히 찾기 위한 분류기호나 안내 문구가 세세하게 적혀 있지 않다. 책은 장르별로 이미 나눠져 있고,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알파벳 순 혹은 색상 별 등 필요에 의해 자연스럽게 분류되어 있다. 사전 정보가 없어도 책을 찾을 수 있고 반대로 '이런 종류의 책을 읽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들면 그 생각대로 따라가 책을 찾을 수 있다.

책이 전시되어 있는 선반. 책이 찾기 힘들 것 같아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이름 순으로 분류가 다 되어 있다.

사진에 담지는 않았지만, 한 켠에는 원형으로 놓여진 쇼파가 있다. 주기적으로 '저자와의 대화'시간이 있어서 그 시간이 되면 책을 읽고 책에 대한 이야기들을 함꼐 나누는 것 같았다. 물론 그 외의 시간에는 독서 공간으로 쓰인다. 방문 이후에 서점에 대해서 조금 검색을 해봤는데, 이 서점은 빈티지한 외관과 다르게 지어진지 10년도 채 안된 서점이었다. 2000년대 중반, 인터넷으로 중고서적과 신 서적을 거래하던 한 웹사이트에서 새로운 개념의 서점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에 오프라인 서점을 개장했고 지금의 위치로는 옮긴지 8년 정도 된 것이다. 이름은 The last book store라서 뭔가 LA에서 굉장히 오래되고 빈티지한 서점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꾸준히 고민하고 그 것을 지속해오려는 서점이었다는 점에서 Last가 다르게 보였다.


Straight Outta Compton

미국 문화에 대해 이야기 할 때, 특히 대중 음악에 대해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흑인 음악이다. 그리고 현재 흑인 음악 중에서도 가장 핫한 장르를 꼽으라 한다면 응당 힙합(Hiphop)일 것이다. 언제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아무도 명확하게 그것을 정의할 수 없지만, 정형화 된 이후에 힙합의 본토라 불리는 도시 들이 몇 군데 생기기는 했다. 강렬한 비트에 정확한 박자에 랩을 하는 것이 특징인 동부 힙합은 뉴욕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에선 연결고리로 유명한 트랩이라는 장르를 히트시킨 남부 힙합은 애틀란타를 중심으로, 그리고 더운 날시 만큼이나 여유로운 멜로디에 화끈한 랩을 선보이는 서부힙합은 바로 여기 LA에서 주로 시작되었다. (나는 음악평론가는 아니므로 위의 서술은 주관적이거나 부족한 정보일 수 있으니 넘어가도록 하자. )

아무튼, 서부 힙합이 태동한 도시는 많지만 그 중에서 힙합 역사 그리고 미국 역사에서도 빠질 수 없이 언급되는 서부 힙합의 성지 중 하나인 컴튼(Compton)이 바로 이 LA에 위치해 있다. 컴튼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미국의 인종차별과 함께 당시 음악을 대표했던 N.W.A라는 그룹이 바로 이 곳 출신이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미국에서 인종차별이 심했을 당시에 그에 반하는 내용의 음반을 출시해서 당시 음악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충격을 주었다. N.W.A의 활동은 이후 Snoop dogg이나 2Pac등이 등장 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되기도 했으며 힙합이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는 의식을 심는데도 큰 역할을 한다. 그들의 대표적인 곡인 Straight Outta Compton은 N.W.A가 Compton 출신으로서 가지는 자신감을 과격하게 표현한 곡이다. 

Welcome to City of compton. Straight outta compton을 하려면 반드시 봐야 할 표지석이다.

이제는 과거의 일이 되어버렸지만 그들의 음악이 이들에게 준 용기와 자존감은 어마어마했으리라. 물론, 그게 옳은 방향으로 표출되지 못한 92년 LA 폭동 사건이었지만... 아무튼, 이 컴튼이라는 도시는 힙합과 미국 현대사에 있어서 빼놓을 수 있는 중요한 도시라는 것이다. 

참고로 이 곳에는 Cycadelic Records라는 한인이 운영하는 음반가게가 있다. 단순한 음반가게로 시작했지만 절대 단순한 음반 가게가 아니다. 최근 교포 출신 래퍼들 중 이 가게의 사장님(Kirk kim)을 통해 싱글을 발매해서 활동을 시작한 래퍼들이 많다. Killagram, Los, Flowsick 등 최근 핫한 교포 래퍼들이 이 곳 출신이다. 미국 음악 성지에서 한국인들도 음악활동을 해 나간다는 점에서 Straight outta compton은 아직 유효한지도.



다져스 스타디움, 사뭇 다른 야구 관람 문화

미국 문화에서 또 빠질 수 없는 것이 스포츠다. 가장 유명한 스포츠가 무엇일까에 갑론을박이 나올 수는 있지만, 공전의 히트를 친 스포츠 산업이 무어냐고 물어보면 야구가 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LA는 자국 1부리그인 MLB에서도 손꼽히는 실력을 가진 LA다져스(LA Dodgers)를 보유하고 있다. 전통있는 팀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박찬호 선수와 류현진 선수의 소속 팀으로 알려져 있다. 아무튼, 여유 시간도 있고 해서 미국의 야구 경기를 한 번은 보고 싶어서 티켓을 예매하고 다져스 스타디움으로 야구 관람을 하러 갔다. 좌석의 종류와 임박 시기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나는 가장 저렴한 좌석에서 세금 포함 $6을 내고 관람했다.

다져스 스타디움 파노라마. 해 뜰때 경기가 시작했는데 어둑해졌다. 웅장한 스타디움의 위용!

야구 경기의 결과의 언급은 큰 의미는 없고, 봤던 것 중 인상적인 장면이 있어 소개하고 싶다. 우리나라는 야구 관람에 중요한 점이 응원 문화일 것이다. 하지만 이 곳은 엔터테인문화로서, 혹은 스포츠로서의 접근이 보인다라는 것을 발견 할 수 있었다.. 매 회차 쉬는시간마다 다채로운 이벤트를 통해 야구를 관람하고 있는 관객에게 더 친밀하게 다가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엔터테인 문화로서 접근하려는 노력이 보인다는 점이었다.

스포츠로서 접근하는 모습은 사실 개인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인데 위의 사진 속 할머니의 모습에서 그걸 느낄 수 있었다. 인터넷과 정보 정리 능력이 발달된 오늘 날, 기록은 무슨 의미가 있을 수 있을까 싶다. 하지만 마치 중/고등학교때 자기가 응원하는 팀의 성적을 기록하며, 경기를 지켜보는 야구부 매니저의 모습을 한 할머니의 유쾌한 야구관람모습은 미국인들이 스포츠로서 야구를 얼마나 즐기고 있는지를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Riot Games, 게임을 문화로 격상시키다

사실 이 글을 쓰고 싶어서 안달이 났을 지경이었다. 필자가 LA를 방문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곳, Riot Games HQ 때문이었다! Riot Games. 지금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흥행한 게임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바로 League of Legends일 것이다. 그리고 내 20대를 망친 주범이 무엇이냐 물으면 주저없이 이것을 곱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게임을 만든 회사가 Riot Games이며, 나는 그 게임회사에서 제공하는 본사 방문 기회를 얻게 되어 HQ Tour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필자의 어머니도 내가 게임하고 있으면 꽤나 한심하다는 듯 말씀하시기도 하고,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게임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미간이 찌푸려지는 것이 먼저이다. 하지만 게임은 엄연한 문화산업이며 그 미간이 찌푸려지는 게임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개발자와 여러 인력들은 아이디어와 열정을 다한다. 그 것을 볼 수 있었다.

Riot Games 본사 앞 풍경. LA에서 가장 큰 구내식당을 자랑한다 (?)

아침 일찍 이동하여 방문증과 주의사항을 듣고 본사 투어가 시작됬다. 개발자들이 일하고 있는 공간은 보안이 필요하거나 개인적 공간이므로 촬영 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어 내부를 모두 촬영할 수는 없었다. 두 명의 직원이 10명 남짓한 투어 참가자들과 함꼐 이동하면서 회사 이모저모와 여러 질문들에 대해 답변해 준다.

경영지원부서의 직원이 게임에 대한 것을 설명하고 있다. 아마 투어 참가자들이 더 잘 알것이다.

여느 실리콘 밸리의 회사들이 그렇듯, 작은 사무실에서 시작한 회사는 공전의 게임을 히트시킨 후 폭발적인 성장을 맞이한 이후 LA에서 손 꼽히는 규모의 크기로 사무실을 확장했다. Riot Games의 사장은 한국 게임 문화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데, 회사 안에 PC방을 따로 두고 한국의 그 것과 정말 똑같이 구현해 둘 정도로 그 애정이 각별하다. 한국을 위한 캐릭터와 스킨(캐릭터 외형) 그리고 문화재 보호 활동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는 회사여서 그들의 한국사랑이 각별하다. 물론 한국이 가장 대표적인 게임 소비 시장인 점도 있지만.

라이엇 PC방. 사내 게임대회가 열리는 공간이며 사무실과 연결되는 메인 통로 중 하나이다

내부 투어 중 개발 중인 사운드 엔지니어의 공간에서 새로 나올 캐릭터의 소리를 들어보기도 하고, 개발자들과 짤막한 이야기를 나눠보면서 게임이 개발되는 과정과 그들이 들이는 노고를 보기도 하며, 전 세계의 서버를 관리하는 관제탑과 같은 시설도 둘러보는 등 내가 하는 게임이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도 볼 수 있었다.


본사 투어 이후에는 자리를 옮겨 NCS Arena로 이동한다. NCS Arena는 미국에서 개최중인 League of Legend 게임리그의 경기장이며 회사 바로 맞은편에 자리잡고 있다. 미국에서도, 우리나라에서도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여전하다. 그 부정적인 시선을 탈피하고 게임을 정식적인 문화 컨텐츠로 인식시키려는 시도가 바로 게임의 E-sports로서의 접근이다. 우리나라에선 어느정도 성공적인 문화가 자리잡혀있지만, 방송사에서 중계를 전담하는 등 다소 독특한 형태로 그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미국의 경우 Riot Games에서 직접 그 중계권을 관리하며 자신들이 부수적으로 생산되는 2차 컨텐츠 (게임 영상, 해설 등) 역시 직접 만들고 관리한다.

NCS Arena의 내부. 우리나라 용산과 목동에도 이러한 E-Sports 구장이 있다. 그보다는 조금 작은 규모.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정책과 규제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게임은 오래전 부터 있어왔다. 장기, 바둑, 체스, 화투... 단순한 놀이문화에서 시작했지만 그 안에는 경쟁의식과 함께 다양한 철학이 녹아 들 수 있는 문화 컨텐츠 사업이다. 이 투어를 하는 동안 내가 즐기는 게임의 철학과 노고를 느낌과 동시에 게임에 대한 접근과 시선을 다르게 해야할 필요성이 보인다고 생각했다. 조속히 우리나라에서도 게임에 대해 다른 생각과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로서 길고 긴 나의 LA 문화산책이 마무리 되었다. 그 것은 즉 미국 일정이 마무리 되어감을 뜻한다. YJ님의 본가가 있는 샌디에고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낸 뒤 멕시코로 이동하기로 되어 있으니까.


P.S. 1

Riot Games에서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에 대한 소개를 빼먹었다. 

The Art of 7 RP, 현금으로 구매 가능한 캐릭터 장식품이나 캐릭터를 구매할 때 모자라는 푼돈이 있다. 그 푼돈 때문에 사이버 머니를 충전하기가 껄끄러운 유저들이 게임 담당자와 상담을 하다가 구걸(!)을 하기위해 보낸 재밌는 그림들을 전시해놓은 공간이다. '초딩'들이 그린 그림같지만, 저거 대부분이 성인 유저들이 그린 재치있는 그림이다. 얼마 안되는 돈에 들이는 정성은 다르게 생각해보면 게임에 대한 유저들의 사랑을 엿볼 수도 있는 것!


P.S 2

소개는 되지 않았지만 나는 내 10대를 망친(!) 주범인 Blizzard Entertainment에도 방문했었다. 하지만 정식으로 Tour가 신청되어 간게 아니기 때문에 정문만 촬영하고 돌아와야 했다. 물론 뜻하지 않은 행운(!)도 얻게 되어 좋은 시간도 가질 수 있었지만 이 게시판에 언급했다가는 고소를 먹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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