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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택 Aug 23. 2017

137. 미국 여행의 종착지, 샌디에이고

2017년 7월 22일~24일, 여행 304일 차, 미국 샌디에이고

LA에서 보낸 몇 일도 금방 시간이 갔다. 막막했던 미국 여행이 YJ님 덕분에 도움을 받아 서부 캐년 여행도 할 수 있었고, LA에서도 좋은 거처를 제공받아 지낼 수 있었다. 멕시코로 넘어가기 전 국경지대에 위치한 최 서남 주인 샌디에이고가 또 YJ님의 본가가 있는 곳이라 함께 지내며 미국에서의 마지막 일정을 보내기로 했다.


샌디에이고의 일몰이 일품이야!

샌디에이고와 LA는 차로 약 3~4시간 거리이다. 가는 길에 보여주고 싶은 풍경이 있다고 하며 멈추신 곳이 있었다. La Jolla Beach였다. 샌디에이고에서, 아니 미 서부에서도 가장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해변이라고 하셨다. 이 곳에 바다사자를 보러 많이들 온다는데 내가 갔을 때 역시도 해변 곳곳에서 바다사자들이 울고 있었다.

하지만 이 해변의 백미는 일몰이었다. 해변의 구조 상 부서지는 파도가 굉장히 높고 강하게 닥치면서 미 서부답게 높고 거대한 구름들이 역동적으로 생기게 되는데, 해질 무렵에 이 풍경이 가장 아름다웠다. 

해 질 녘의 모습뿐 아니라 해변의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모습들 마저도 아름다웠다. 샌디에이고의 출발이, 좋았다.



멕시코와 미국의 사이

샌디에이고는 지리적으로 바다를 마주하고 있으며, 국가적으로는 멕시코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여타 서부도시의 특성을 지니면서 멕시코와의 연결고리가 상당하다. 그것을 단적으로 볼 수 있는 곳이 미-멕 교류 장터, Swap meet이다. 직역해보면 '교환하기 위해 만나는 곳'인데, YJ 님의 말에 따르면 '멕시코의 쓰레기(?!)를 모아놓고 파는 벼룩 시작'이라고 했다. 격하게 말해 쓰레기지만 사실 멕시코 쪽에서, 혹은 샌디에이고에 거주 중이거나 일을 하는 사람들이 쓰지 않는 물건들을 모아다가 굉장히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다. 물가 지옥이라 불리는 북미에서 이런 광경을 보는 것은 이례적이어서 굉장히 신선했다. 그리고 이 곳에서는 멕시코 음식들을 파는데, 멕시코에서 먹은 타코만큼이나 맛이 일품이다. 국경을 접하고 있는 샌디에이고의 장점이랄까?

보시는 분에 따라 저 신발들은 쓰레기가 되기도, 귀중한 신발이 되기도 한다.

멕시코와 미국의 인접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또 있다면 바로 치카노 공원(Chicano Park)이 아닐까 싶다. 사실 별 특별한 게 없어 보이는 이 공원의 특징은 공원 주변의 교량에 그려 놓은 다양한 벽화이다. 벽화의 그림체부터 주로 그려져 있는 내용이 멕시코 이주민 혹은 근로자들이 느끼는 감정들이 표현된 것이 많다. 과거부터 쌓여온 멕시코와 미국 사이의 감정, 그리고 오늘날 느끼는 감정들이 고스란히 표현되어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대 멕시코 정책이 굉장히 보수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자국의 이익을 생각하는 것이 대통령의 우선 목표겠지만 화합과 상생을 고려하면서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이 벽화를, Swap meet에서의 사람들의 모습을 한 번이라도 본다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을 텐데...


낯선 지인과의 행복한 시간

미국 여행에서 가장 큰 도움을 주신 YJ님은 나를 위해 너무나 많은 배려를 쏟아주셨다. 서부 여행도 그랬지만, LA에서는 본인이 머무는 자취방에 함께 재워주셨고 (심지어 거기 집주인 할머니도 나를 너무 많이 챙겨주셨다), 샌디에이고로 넘어와서는 집에서 재워주시기 까지 하고 돌아봐야 할 곳들을 차로 다 이동시켜주셨다. 사실 그렇게 큰 도움을 기대한 것도 아니고, 이집트 여행에서 함께 나눈 잔정(!?)으로 얼굴 한 번 뵙는 정도로 기대했는데 뜻하지 못한 선물을 너무 많이 받았다. 지인, 그러나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누군갈 나는 이렇게 챙겨 줄 수 있을까. YJ님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도, 말씀하신 것 같은 여행자가 될 수 있을까?


 "괜찮아요, 부담갖지 마요. 나도 받은 걸 돌려주는 거니까. 상택씨도 여행 중에 나눌 수 있는 걸로 다른 분께 다시 돌려주세요. 그럼 돌고 돌아 오겠죠."


그렇게, 나의 미국 여행은 마무리가 되고 새로운 세계를 향해 떠났다. 중미, 계획에도 없던 그 대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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