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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택 Aug 25. 2017

138. 북미를 등지며

2017년 6월 12일~7월 24일, 여행 264~306일 차, 북미

출발 전 여행 계획을 준비할 때 가장 정보조사가 안된 대륙이 어디냐고 물으면 북미 대륙일 것이다. 여행의 50%를 넘긴 시점이라 '가면서 찾을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넘어갔던 것도 있고, 무엇보다 아는 사람이 있으니 어떻게든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대륙이 바로 북미였다. 한편 기대감도 없었다. 유럽여행을 몇 번이나 했던 나로서 세계 제 1위를 달리는 나라가 속한 북미 대륙이 과연 유럽이랑 어떤 차이가 있겠냐 하는 냉소 섞인 입장으로 북미를 접하게 되었다. 하지만 막상 처한 북미는 내 생각보다 어려운 곳이었다.


내 힘보다 다른 사람의 힘으로 했던 여행

배낭여행자에게 있어 북미는 생각보다 쉬운 여행지는 아니다. 오랜 기간 동안 긴 호흡으로 다닌다면 큰 문제가 없지만, 일정한 시간을 두고 움직여야 하는 배낭여행자들에게는 굉장한 난이도를 자랑한다.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어마어마한 땅덩어리 때문이다. 가볼 만한 좋은 곳들은 소원 이룬 드래곤볼 마냥 다 흩어져 있어서 차량 없이는 거의 이동이 불가능하다. 긴 호흡으로 다니는 사람에 가능한 이유는 대부분이 트래킹으로 움직이기 때문.

그럼에도 내가 북미의 유명한 포인트들을 많이 둘러볼 수 있던 것들은 많은 분들의 도움 때문이다. 캐나다 1개월 잉여 생활의 큰 도움을 주신 정 사장님 부자, 샌프란시스코의 소살리토와 라스베이거스의 야경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줬던 회사 선배였던 Alice & Eddie 커플, 그리고 가장 거칠고 빡빡한 일정이었던 미 서부 캐년 일정과 전반적인 일정을 돌보아 주셨던 YJ님까지. 그리고 짧은 만남이었지만 다시 보게 될 CoCo 누나까지! 돌이켜 보면 북미는 내 힘으로 여행했다기 보단 다른 분들의 도움으로 여행을 할 수 있다고 말해야 할 정도인 것 같다.



선진국이라 보이는 것들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여러 여행자들을 만난다. 그러다 보면 선호하는 여행지들도 다양하다. 만났던 어떤 여행자들은 '선진국엔 볼거리가 없다'라고 이야기한다. 물가가 비싼 나라에서 숨 쉬는 것도 힘들고, 발전된 모습에서 무슨 볼거리가 있겠냐며. 

우리는 단순히 미국, 캐나다 같은 북미권 국가에 막연한 동경과 상상을 품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모두 다 잘 살 거고, 모든 시설이 우리보다 나을 것이라고. 하지만 막상 마주치는 실상은 전혀 다르다. 지하철은 낡았고, 노숙자들은 들끓는다. 깔끔하게 다닐 것 같은 기대감과 전혀 다른 행색의 사람들도 많다. 미국 역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인종차별과 각종 혐오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직면하게 될 현실이기도 하다. 살인적인 물가야 본인이 절약하면 되는 것이고, 발전된 모습 역시도 볼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내가 어떤 것에 관심을 갖고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어떤 나라에 볼거리가 정해지는 것 같다. 선진국에서 볼 게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관심이 있고 보려고 했던 각도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반증일지도 모르겠다. 선진국에도 보이는 것들이 있다!



소개되지 못한 곳들

너무 많은 곳을 빠르게 이동하다 보니 내 여행일지에 소개되지 못한 곳들이 많다.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건너 소살리토, LA의 할리우드와 그리피스 천문대, 샌디에이고의 올드타운과 우연히 마주했던 코믹콘. 글로 엮어낼 만한 연결고리가 없던 곳이지만 너무나도 아름다운 곳들이어서 사진으로만 간단히 소개한다.


이제 이 익숙한(이젠 영어가 가장 익숙한 언어니까) 나라를 떠나서 또 한 번 전혀 새로운 미지의 대륙으로 떠난다. 중미, 계획에 전혀 없던 중미를 나는 왜 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떠나본다, 중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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