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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택 Sep 07. 2017

152. 남미의 첫 단추

2017년 9월 1~3일, 여행 345~347일 차, 콜롬비아 보고타

바쁘면서도 느긋한 5주간의 중미여행을 마치고 남미로 향하는 첫 국가는 콜롬비아였다. 마음 같아서는 파나마에서 콜롬비아로 육로이동을 하고 싶었지만, 중미 아니 전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오지로 꼽히는 다리엔 갭(Darein Gap)이 존재하고 있으며 배로 이동하는 것이나 비행기로 이동하는 것이 비용대비 효율이 큰 차이가 없어비행기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진작 발권해 놓은 비행기 티겟으로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를 밟았다.


여행 11개월, 몸과 마음은 다르다

20일 뒤면 여행 나온지 정확히 1년이 되는 날이다. 그 동안 수 많은 노숙과 야간이동을 해 왔고, 콜롬비아로 넘어 오는 날도 새벽 5시 비행기 였다. 낮에는 도심에서 시간을 보낸 뒤 밤에 공항으로 이동해 노숙을 하고 비행기에 올라 탔다. 하지만 이제 여행이 뒤로 갈 수록 노숙으로 인한 체력 회복이 점점 더뎌 졌다. 

보고타 숙소에 아침 10시경에 체크인을 했지만, 나나 우꾼이 모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낮에는 졸음과, 밤에는 피곤함과 싸워야 했다. 간신히 몸을 일으켜서 한 거라곤 동네 주변산책이 전부였으니까. 도착한 첫 날은 그렇게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둘 째날에는 우꾼의 펜팔 친구를 만나려고 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아 무기한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나나 우꾼 모두 짜증이 나질 않았다. 왜냐면 피곤해서 쉽사리 움직일 수 없었으니까. 여행이 길어지니 내 마음처럼 몸이 움직여지지 않음을 깊게 실감한 이틀이었다.


보고타의 홍대 놀이터를 만나다

무기력함을 벗을 수 있던 것은 세 번째 날부터였다.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났는데, 마침 그 곳이 비앤비 호스트가 추천했던 우사켄(Usaquen) 근처였다. 호스트 말로는 '벼룩 시장 같은 곳인데 주말에만 연다'라고 했어서 큰 기대 없이 향했다. 심카드도 없는 우리는 우버도 이용할 수 없어 힘들게 택시를 잡아 타서 갔는데, 그 곳은 우리나라로 치면 홍대 놀이터 플리 마켓의 느낌이었다. 전혀 우리의 예상과는 다른 보고타의 핫플레이스였다!

주말에만 열리는 우사켄 벼룩시장. 많은 사람들이 와서 여러 물건들을 보고 있다.

기존에는 장사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룬 시장 골목이었으나, 최근 이 곳을 집중적으로 개발하여 젊은 예술가들도 이 곳에 모여 자신들이 만든 재치있는 수공예품들을 팔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이 거리로 모여 쇼핑도 하고 먹거리도 먹을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한다. 여러가지 신기한 공예품들도 인상적이었지만 나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 잡은 것은 중고 필름카메라를 팔고 있던 한 아저씨였다.

이안 렌즈 반사식 카메라를 팔고 있던 한 아저씨가 나에게 이거 50년 됬지만 잘 작동된다며 엄청난 '뽐뿌(!)'를 주셨다. 잠깐 만지며 갖고 놀았는데, 성능도 짱짱하고 표현감도 굉장해서 사진 찍으면 참 재밌을 것 같았는데, 절망적인 가격인 80만 페소(미화로 약 270불, 한화로 30만원 가량)였으며 무게도 꽤 상당해서 빠른 포기를 할 수 있었다. 아쉬운 마음에 카메라 속 화면을 카메라로 담는 것에 만족해야 했고, 아저씨는 나를 놀려댔다.

하지만 물건을 파는 곳만으론 홍대 놀이터라고 비견하기에는 비약이 있을 것이다. 그 못지 않게 활발한 것이 바로 버스킹과 미술 작품들의 전시였다. 이곳 저곳에서 춤이나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개성 넘치는 그림들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아, 물론 커피 산지 콜롬비아 답게 트럭에서 오래된 기계로 직접 만드는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를 파는 이동식 카페도 있다. 오랫 만에 뭔가 활기찬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휴식을 마치고 움직인 보람이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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