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으로 열리는 하루

by 이타조

백수가 되고 늦잠이 일상이 됐다. 일어나 보면 오전 10시다. 백수여도 아침형 인간을 자처하겠다는 다짐은 수 일째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핑계는 대지 않겠다. 못 일어나는 게 아니고 안 일어나는 것이다.


이불속에서 보내는 시간이 사치로울지언정 아직은 채찍질보다는 그게 더 맞다는 판단을 무의식 중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충분히 쉬는 중이다. 이래도 되나 싶은데, 조금 더 나에게 회복의 시간을 허락해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등짝이 아플 때쯤 하나, 둘, 셋! 을 외치며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면 씻은 뒤 커피포트에 물을 붓는다. 단것을 정말 좋아하는데 커피만큼은 아메리카노를 선호한다. 그것도 진한 것으로 말이다.


매장에 가면 때에 따라 샷추가를 하고, 집에서는 스틱 3개를 붓는다. 진한 커피를 먹을수록 기분이 좋고, 심신이 안정되는 느낌이다.


종이컵에 따른 커피를 마시면서 밖에 나갈 명분을 찾는다. 남들 점심 먹을 시간에 생각이라는 걸 하다니! 사실 자는 시간 빼고 글만 쓰라고 해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둡고 좁은 집구석에 온종일 있으면 폐병 걸려 죽을 것 같아서 억지로 나가서 뭐라도 해야 한다.


어제는 비교적 날씨가 온화해 둘레길을 걸었다. 오늘은 책을 반납하고 시장 가서 장을 볼 생각인데, 비소식도 있고 기온도 낮아진다니 모르겠다. 귀차니즘이 발동하면 빵집만 갈지도.


해가 짧아져 오후 5시가 넘어가면 어둑어둑하다. 청소하고 이것저것 할 일을 하다 보면 금세 저녁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바쁘다. 내면이 움직여서인지, 백수의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간다.


아침을 천천히 여는 날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나만의 속도에 귀 기울여보기로 했으니까. 대신 아프면 안 된다. 건강보험료를 내가 다 내기엔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