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을 걱정하다니

by 이타조

"컴활은 어려운 시험입니다. 어려운 시험이에요" 선생님의 외침에 안도했다. 시험에 3번 떨어진 자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위로였다고나 할까. 컴퓨터활용능력 2급을 따기로 마음먹은 후 바로 학원에 등록했다. 12월 1일은 올해의 마지막 달이라기보다 학원 수업 첫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학원은 집에서 전철로 한 시간 넘는 거리에 있다. 개강일에 맞추다 보니 그렇게 됐다. 늦을까 봐 일찌감치 나섰는데 오버했나 보다. 도착하니 50분이나 남아 근처 홈플러스를 구경했다. 그러고도 학원 책상에 1등으로 앉았다. 20분 정도 늦게 출발해도 되겠다.


범위가 10인데 2만큼만 공부를 한 사람이 있다. 운이 좋게 시험문제가 2만큼만 공부한 데에서 나왔다. 인터넷에 소개되는, 이른바 독학해서 일주일 만에 취득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반면 범위가 10인데 9만큼을 공부한 사람이 있다. 운이 나쁘게도 시험문제가 9만큼을 뺀 1에서 나왔다. 떨어진 사람 대부분이 후자의 경우다.


선생님은 컴활이 결코 만만치 않은 시험이라는 점을 이렇게 빗대어 설명했다. 물론, 컴퓨터에 능한 머리를 가진 사람을 제외하고 말이다. 속으로 말했다. "선생님,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셔도 저는 엑셀이 두렵답니다"


할 일이 생긴 덕분에 아침에 한 시간은 일찍 일어나게 됐다. 재취업을 위해 공부하는 것이 목적이나, 지적 허기를 채우기 위해 의도적으로 할 일을 만든 것이기도 하다. 지적 활동은 뇌세포의 노화를 늦추기 때문이다.


위기는 극복하면 된다. 포기하면 손해고. 걱정을 걱정한다고 걱정이 해결되면 언제까지고 걱정만 하고 살지 않을까. 그렇지 않은 것은 걱정의 8할은 쓸데없는 것이라는 결과에 대한 방증이다. 그나저나 추위를 잘 타는데 내일부터 추워진다니 걱정이다. 이런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