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을 찾지 못해 헤맨 날

by 이타조

이제 막 삶은 검지손가락만 한 고구마 아홉 개를 뜨겁고 진한 아메리카노와 함께 먹는다. 커피가 해장국보다 시원하다. 백수인 나. 나름대로 요즘 이것저것 신경 쓰다 보니 기 빨려서 얼굴이 초췌해진 것 같은데 주위에 물어보니 광대만 조금 나와 보일 뿐 그렇지 않다고 한다.


초췌해져서 볼살이 쪽 빨려 들어가 광대가 부각돼 보이는 건가? 그럼 볼살이 빠진 건가? 그럼 좋은 거 아닌가? "아니, 볼살이 빠진 것도 아니고 피곤해 보이지도 않고 그냥 광대만 나와 보이는데"라는 직언에 "아하! 균형 잃은 얼굴!"하고 웃어넘겼다. 이런 초등학생미 있는 대화는 참 유익하다.


수다 뒤에는 정적이 다가온다. 나만의 시간, 머릿속이 시끄럽다 보니 챗봇에 질문을 던지는 일이 많아졌다. 사주를 바탕으로 적합한 직업을 찾아달라는 내용이 요지다. 백수이기에 아무래도 관심사는 그쪽이다. 최근 강남에 용한 점집을 다녀왔다던 지인의 말에도 귀가 솔깃해진다.


챗봇은 참 똑똑하다. 놀라운 분석력에 혀를 내두른다. 인간은 AI를 절대 이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신까지 지배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식을 담당하는 인간의 뇌영역마저 다스리기에 충분한 능력을 가졌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챗봇은 매번 비슷한 답을 내놓는다. 형편 있는 답을 얻기 위해서는 양질의 질문을 해야 하는데 그것을 못하니 계속 뻔한 답만 얻고 있다. 양질의 질문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조차 챗봇한테 물어보는 상황이란.. 정말이지 어쩔 수가 없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지만 자꾸 무언가에 기대어 답을 구하려고 하는 걸 보니 어쩌면 인생에 정답은 있을 수도 있겠다. 찾지 못하는 것일 뿐. 정답을 찾으려고 그렇게도 발버둥 치고 헤매는 것일지도. 헤매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내려놓음이 아닐까.


시냇물과 강물이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바닷물로 흘러들고, 바닷물은 다시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 비로 땅에 내린다. 자연의 이치에서 배우면 헤매는 날을 겪는 게 보다 수월할 텐데 그렇게도 안 하니 다시 어렵다. 이건 마치 상대방의 출중한 실력을 머리로는 알겠는데 인정하진 못하는 인간의 졸렬한 본능과 흡사하다.


조금 전에 돌린 세탁기가 작업을 마쳤다고 소리를 낸다. 궁금하다. "그래서 그 용한 점집이 어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