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해서 더 무서운 길

by 이타조

지도 앱을 보고 목적지로 가던 중 중압감이 든 길을 마주했다. 터널 안, 차도 옆에 지어진 도보다.


콘크리트 양쪽벽이 안쪽으로 움직여 몸을 누를 것만 같은 느낌, 금방이라도 꺼질 것만 같은 형광등, 영화 '인시던트'에서처럼 언제까지 걸어도 제자리로 돌려놓을 것만 같은 통로. 등골을 더 시리게 하는 습한 공기와 차가운 냄새, 모든 소리가 음소거돼 벗어날 수 없는 고립감마저 들게 하는 조용함.


공포스러운 첫인상. 이 길을 건너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잠시 고민했다. "게임을 시작하지"라는 직쏘의 음성과 함께 갑자기 입출구에 있는 철창이 덜컥 내려와 꼼짝없이 갇혀 미션을 수행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상상이 머릿속에 번지자 소름이 끼쳤다.


무섭고 불확실하기만 한 길, 그래도 건너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끝나지 않는다는 심정으로. 직쏘에 잡혀가느니 그냥 좀비 떼에 뜯어 먹히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한참을 가니 맞은편에 사람 한 명이 걸어오고 있었다. 자주 다니는 길인 듯, 그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지나갔다. 무심한 걸음걸이에 안도감을 느꼈다. 알고 보니 도보 안에는 차량이 오가는 풍경을 볼 수 있는 창문도 있었다.


생물의 움직임이 시야에 들자 답답함이 누그러졌다. 가상세계 속 공포에서 현실로 돌아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의 순간, 나는 빠르게 달려 터널을 벗어났다.


계획에 없던 길을 걷는 것은 한편으로는 흥미로운 일이다. 지도를 따라가다 우연히 들어섰고, 그 우연성이 나를 긴장시켰다. 어두운 길이 없는 게 아니라, 해만 쫓으며 걸어서 늘 길이 환했던 것뿐인데 그걸 잊고 있었다.


길은 쓸데없이 힘주지 않았다. 그저 고요했다. 공포는 꼭 어둠에서 오는 건 아니다. 잊지 말자. 침묵이 오히려 더 무서울 때가 있다. 새벽 산행이라는 목표를 아직 이루진 않았지만 머지않았다. 백수 아침의 시간은 분명 빨라지고 있으니.


정말 이건 아니다 싶을 정도로 힘든 단계에서부터가 시작이다. 그 힘든 단계에서 좋은 자세와 올바른 마음가짐을 가지고 나아가야지만 이기는 것이다. 아니면 착실하게 망가지거나. 더딜지라도, 어떤 경우든 정신상태는 움츠러들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