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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타조 Feb 17. 2021

나비 효과 체험기

아빠 일은 처음이라

쌍둥이 녀석들이 또 한판 했다. 


아빠 : 다다단딴 딴단다다다다~~

설겆이를 하는 도중에, 나도 모르게 멜로디를 흥얼거렸다

첫째 : 아빠, 그 노래 제목이 뭔지 알아요?

아빠 : 다다단딴 딴단다다다다~~ 글쎄, 뭐였더라? 기억이 잘 안 나네.


여기까지 둘의 대화를 마치고 나는 하던 일을 계속했다. 물소리 때문에 뒤쪽에서 일어난 상황은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느닷없는 울음소리가 들렸다.


둘째 : XXXX 저리가라~

첫째 : 뭐라고? OOOO 이잖아

둘째 :  XXXX 저리가라~

첫째 : 장난치지 마, 아빠랑 이야기하고 있잖아.

둘째 :  XXXX 저리가라~

첫째 : 너는 왜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가지고 놀리냐?

둘째 : 너도 그랬잖아.

첫째 : 내가 언제 놀렸는데?

둘째 : 어제 놀렸으면서... 내가 목욕할 때 노래 부르니까 유치하다고 놀렸잖아.

          XXXX 저리가라~

첫째 : 그래도 그렇지. 으아아아앙~~


한참을 정리하는데, 첫째 녀석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이후, 엄마가 달려갔고, 나는 물을 잠갔고, 둘째가 방으로 가는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쾅하는 방문 소리가 들리고, 첫째가 울음을 터뜨린 것이다. 엄마가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녀석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억울한 울음소리를 필터링하니, 듣지 못한 부분의 사건이 맞추어졌다.

내일모레면 6학년인 녀석이 우는 것도 그런데, 사건의 전말까지 궁색하니 어이가 없었다. 다행히 엄마가 우는 아이를 앉혀놓고 차근차근 듣는 중이었다.


돌아보니 아이들은늘  이런 식으로 성장한 게 아니었나 싶다. 다만, 나이가 열세 살 나이만큼 자라면서, 빈도가 줄어들었을 뿐이었다. 한동안 잊고 지내던 게 오늘 다시 터진 셈이었다. 사연은 저래도 그간 둘 사이에 쌓인 감정이 분명 있는 모양이었다.


포만감에 내가 콧노래를 불렀더니, 엄마가 달래주는 데까지 갔다. 이런 현상을 나비 효과라고 부르는 것 같다. 또 다른 이론으로 입자들이 미쳐 날뛴다는 고등학교 때의 '브라운 운동'도 생각난다. 아이 키우는 일이 이렇다. 나비 효과와 브라운 운동 모두 자연불확실성과 무질서에 기반한 이론이라고 하는데, 우리 부부가 이제까지 자연의 불확실을 잠재우며 살아온 것이다.

모든 엄마 아빠에게 박수를 쳐본다.


그리고, 결국 오늘의 나비 짓은 나였다.



사진 : 조선일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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