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우리들을 위해

by 박수민

첫 번째 이야기 [2024. 3. 7. 목]


3월, 무언가를 시작하기 좋은 시기다. 아직은 새해에 가깝고 학생은 아니지만 새 학기도 있고 하니 무언가 해볼 마음이 든다. 무엇을 해야 할까 멀뚱 거리고 있을 때, 언니가 토요일마다 꽃꽂이하러 간다고 했다. 집 근처 화원에 들러 마음에 드는 꽃을 종종 집으로 데려가곤 했는데 그게 꽃꽂이까지 이어질지 몰랐다. 어느 순간부터 언니는 화병에 꽂아둔 꽃잎이 시들기 시작하면 꽃을 말렸다. 비법은 모르지만 언니가 말린 꽃은 시중에 파는 드라이플라워처럼 형태를 잘 유지해 바짝 말랐다. 꽃잎의 색은 바랬지만 그것만의 매력이 있었다.


어떤 이유로 꽃꽂이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지 모르지만 첫 수업 후 사진을 보내왔다. 두 장의 사진을 한참이나 들여다봤다. 나는 당연히 꽃다발을 만들어왔겠지 했는데, 소담한 꽃 한 송이를 포장하는 법을 배웠단다. 자세히 보니 겹겹이 포장하느라 공을 들였을 법하다. 생각한 것과 달라 “오늘 한 건 이게 다야?”라고 묻자, “첫날이니까 이론 수업을 많이 했지”라는 언니다. 언니의 꽃꽂이 수업에 대한 호기심이 단번에 꺾였다. 두 번째 수업에는 꽃다발을 만들었는데, 놀랍게도 제법 예뻤다. 소질이 좀 있나 보다.


언니가 꽃꽂이를 시작했다면, 친구는 공부를 시작했다. 직장생활을 오래 해오며 꼭 필요한 업무 지식만 쌓았는데, 업무 능력을 한층 더 높이기 위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겠다’라고 마음먹었다.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할 때는 환경 설정이 먼저라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드는 책상을 들였단다. 책상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한동안 친구는 집에 있는 물건을 버리고 비우고 다시 버리고 비우기를 반복했다. 다가오는 주말 드디어 책상이 들어온다며 한껏 들뜬 목소리다. 새로운 책상에서 공부하는 친구를 상상하니 벌써 내가 다 뿌듯하다.


이쯤 되니 뭐라도 시작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나는 ‘무엇을 해볼까’ 생각하다 최근 스트레스 받았던 게 떠올라 마음을 수련하기로 했다. 마음수련 말은 거창하지만, 내 마음 같지 않은 타인 때문에 상처받지 않고, ‘그럴 수도 있지’하고 조금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물론 욱 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가 있겠지만, 여러 유튜브에 ‘명상 콘텐츠’를 보며 명상도 시작했다. 그런데 틀어 놓으면 왜 자꾸 잠이 오는 건지. 잘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언젠가 차와 촛불을 앞에 두고 명상하는 나를 상상하면 어쩐지 멋있다. 역시 겉모습에 휘둘리다니 마음수련이 필요하다.


연휴에 만난 사촌 언니에게 아로마 목걸이를 선물로 받았다. 목걸이에는 자그마한 항아리가 달려있어 뚜껑을 열면 아로마 오일을 두세 방울 넣을 수 있다. 언니가 가진 여러 오일 중 마음에 드는 향을 선택해 항아리에 방울방울 떨어뜨렸다. 저 조그마한 항아리에 무엇을 넣는다는 게 신기했는데, 목에 걸었더니 ‘버가못’ 향이 나를 감싼다. 좋다. 이 목걸이를 걸고서 명상을 하면 더 잘될 것 같다. 아직은 5분도 채 하지 못하고 꾸벅꾸벅 졸기 바쁘지만,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 내 마음 하나쯤은 의연하게 잘 다룰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