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이 즐겁기만 할까?

by 박수민

열아홉 번째 이야기 [2024. 4. 3. 수]


좋아서 하는 일이라 신나게 글쓰기를 해가고 있다. 대체로 글 쓰는 일은 즐겁고 적성에도 맞다. 그런데 때로는 글이 잘 써지지 않아 한 줄 쓰고 지우고, 또 한 줄 쓰고 지우고를 반복한다.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날이면 글쓰기가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왜 안 써지지?'라고 생각하는 날도 있고, '쓰는 양에 비해 책을 적게 읽어서 그런가' 하고 생각하기도 한다. 비워야 채워진다고 하는데, 비우는 양에 비해 채우는 양이 적은가 보다.


채우는 양이 적다고 느껴질 때는 곁에 있는 책을 꺼내어 읽는다. 그렇게라도 적은 양을 채우려는 속셈이다. 매일 같이 책을 읽고 필사를 하는 사람도 있다는데, 책은 읽지만 필사는 가끔 한다. 한 챕터를 다 적기에는 양도 많고 시간도 꽤 걸려서 마음먹고 쓰는 편이다. 매일 같이 필사를 하는 그 정성은 어디서 오는 걸까. 노트를 빼곡하게 채운 글을 보면 그저 감탄이 나온다. 필사를 하는 사람들은 막힘없이 글을 술술 쓸까.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한편에 미뤄둔 필사 공책이 아른거린다.


마지막으로 필사한 책은 신유진 작가의 <창문 너머 어렴풋이>다. 그녀의 책은 분명 에세이인데, 읽고 있으면 마치 소설 같은 느낌은 준다. 작가의 어릴 때 이야기, 유학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짧은 소설 같이 느껴져 에세이인데도 머릿속에 장면이 그려진다. 글도 잘 써서 나도 그녀처럼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마음을 담아 신유진 작가의 글을 한 자 한 자 따라 써보았다. 한 번을 따라 쓴다고 그녀의 글처럼 되지 않다는 걸 알기에 그냥 썼다는 것에 만족하기로 한다.


주로 쓰는 것에 재미를 느끼지만, 취향에 맞는 책을 만나게 되면 한 장 한 장 넘기는 게 아까울 정도로 아껴 읽는다. 좋아하는 책은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읽어도 여전히 좋기에 가까이 두고 종종 읽는다. 그래서 내 머리맡에는 항상 책이 두어 권쯤은 있다. 그것을 읽는 날도, 읽지 않는 날도 있지만.


쓴다는 것은 나를 드러내는 것인데, 매일 쓰다 보면 내가 텅 비어버리는 건 아닐까.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오늘은 퇴근하고서 도서관에 들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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