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번째 이야기 [2024. 4. 2. 화]
하루를 무사히 잘 보내고 자리에 누웠는데, 갑자기 허탈한 마음이 들 때. 바쁜 하루 끝 남은 마음이 허탈이라니 더 헛헛해져 이리저리 이불을 뒤척이는 밤. 그런 밤에는 그저 ‘오늘 조금 지쳤구나’하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아무렇게나 손을 뻗어 머리맡에 놓인 책 중 하나를 집어 읽는다. 눈은 글을 읽는데 마음은 허공을 떠돈다. 읽은 문장을 읽고 또 읽는다. 몇 번을 읽어도 도통 무슨 내용인지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책을 덮고 휴대폰을 집어든다. SNS도 하고 쌓아뒀던 메일함도 말끔히 정리한다. 그래도 잠이 오지 않으면 유튜브를 켜고 명상 콘텐츠를 찾는다.
명상 콘텐츠는 종류도 많다. 몇 분 안에 잠이 오는 명상도 있고, 확언 명상, 잠재의식을 깨우는 명상 등 여러 콘텐츠에 떠밀리듯 가장 눈에 띄는 걸 하나 틀어 놓은 채 명상을 해본다. 호흡에 집중하라는데 어쩐지 편안하게 숨 쉬는 법을 잊게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한다. 명상을 한 후에도 잠들지 않으면 책 읽어주는 콘텐츠를 찾아 읽는다. 눈으로 읽는 책은 머릿속에 들어오지도 않더니 남이 읽어주는 책은 귀에 쏙쏙 들어온다. 그렇게 책을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잠드는 밤이 있다.
허탈함이 몰려오는 날에는 책을 읽고, 명상을 하고, 다시 책을 들으며 그렇게 그 밤을 보낸다. 그런 밤은 어느 날 불쑥 또 찾아오겠지만, 길 가다 달갑지 않은 사람을 만난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쓱 지나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