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가방을 들면,

큰 마음을 가지게 되는 걸까?

by 박수민

자그마한 가방을 들고 다니는 걸 좋아한다. 챙겨야 할 물건이 많을 때에도 꾸역꾸역 넣는다. 어느새 가방이 볼록. 그런 채로도 잘도 다닌다. 핸드폰은 가방에 들어갈 때도 들어가지 않을 때도 있어 그냥 주머니에 넣는다. 주머니가 없을 땐 손에 달랑달랑 들고 다닌다. 그렇게 해서 떨어뜨린 게 여러 번이지만, 작은 가방이 간편해서 좋다.


나와 반대로 친구 H양은 큰 가방을 선호한다. 가방 안에 필요한 모든 물건 담아 다닌다. 친구의 가방에서 꺼내는 물건을 보자면 보조배터리는 기본이고, 손수건, 텀블러, 휴대용 키보드 등 다양하다. 가방에서 나오는 물건을 보면 절로 “그런 것도 들고 다녀?”라는 말이 나온다.

세심하기까지 해서 어딘가에서 손을 씻을 때마다 그녀는 향이 좋은 핸드크림을 건네준다. 내 가방에도 핸드크림 하나쯤은 있는데, “핸드크림 바를래?”라고 물어보는 그 다정함에 말없이 손을 내민다.


어느 날 함께 걷다 목이 말라 물을 샀는데, 내 가방에는 먹다 남은 생수통을 넣을 공간이 없었다. 애초에 생수가 들어가지 않는 크기였다.

익숙하게 손에 들고 다니는데, 친구가 “불편하지 않아? 내 가방에 넣어 “라고 말했다. 이미 이것저것 넣어서 제법 무게가 나갈 텐데 내 것까지 넣어준다니 내 친구지만 정말 다정하다. ”아니야. 가방에 넣으면 무거울 거야 “라고 대답하자, ”그거 하나 더 넣는다고 무거워지겠어? 손에 들면 불편하니까. 넣어줄게”라는 친구다. 그거 하나라지만, 생수가 꽤 남았기에 결코 가볍지 않을 무게였다.

계속 거절하기도 뭐해서 “목말라 그냥 마실래”하고는 친구의 다정함과 함께 꿀꺽꿀꺽 물을 삼켰다. 덕분에 마음과 배가 두둑이 불러왔다. 친구의 가방에는 그 크기만큼이나 큰 마음이 담겨 있나 보다.



#책과강연 #백백프로젝트 #숨돌 #매일쓰기

keyword
작가의 이전글창 밖은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