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마음 아껴두기

일 폭탄을 맞기 싫다면

by 박수민

나는 감정에 아주 솔직한 편이다. 은근하게 둘러서 표현하는 걸 잘 못한다. 그건 일에서도 마찬가지. 하지만 일할 때는 마음을 숨기고 아껴두는 것도 필요하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신이 나버려서 마음을 막 주고 그걸로도 모자라 또 퍼주다 보니 어느새 내 마음이 바닥나 있었다. 마음을 이리저리 끌어 쓰고는 채워놓지 못하니 비어버릴 수밖에.


나는 텅 비어버려 껍데기만 남은 것 같은데, 그걸 알 길 없는 회사에서는 ‘쟤 일 좋아하니까 이거 맡겨보자’, ‘저것도 맡겨보자’ 이런 분위기가 이미 형성돼 있었다. 같은 직급의 누군가는 “이래서 못해요”, “저래서 못해요”하며 일을 쓰윽하고 잘도 밀어내던데, 그런 요령 하나 터득하지 못한 나는 이리저리 날아오는 일 폭탄을 피할 새 없이 고스란히 맞았다.


하하하

정말 일이 많아도 너무 많아 나도 모르게 한숨이 터져 나왔다. 그런 나를 아는지 모르는지 다른 팀 동료는 환한 얼굴로 내 어깨에 팔을 척 두르며 “과장님, 일 또 맡았다면서요. 우리 회사 일 과장님이 다하겠다”라며 (하하하) 웃었다. 그 웃음소리와 갑작스러운 어깨동무에 당황하며 ‘내가 일이 많아서 기쁜가’ 그리고 ‘우리가 이런 스킨십을 할 정도로 친했었나’라는 생각을 번갈아 했다.


자리에 돌아와 받아온 일 폭탄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턱 막혔다. 창문을 살짝 열어 바깥공기를 쐬어도 마음까지는 시원해지지 않았다. 내 심정과는 별개로 일은 해야 하니까 우선 일정부터 정리했다. 이미 큰 프로젝트 일정이 세 개나 겹쳐있는데, 새로 맡은 프로젝트는 일정상 가장 빨리 일을 쳐내야 하네… 라는 걸 깨달은 순간, 맥이 탁 풀렸다.


——


그 길로 컴퓨터를 끄고 도망가고 싶었다. 해도 해도 일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자꾸자꾸 몸집을 키워 내 책상을 그리고 나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나는 일 더미를 보며 쿵쾅대는 가슴을 쓸어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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