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마음이 식는다는 것

‘번아웃’이 앗아간 일에 대한 열정

by 박수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이 정도 일이면 평소 두어 시간이면 끝났어야 했다. 그런데 나는 반나절 동안 그 업무를 붙들고 씨름을 하고 있었다. 의욕이 생기지 않은 채로 하루를 보내고는 ‘오늘은 효율이 떨어져서 그래. 내일하면 돼’라고 스스로를 달래며 정시에 퇴근했다. 집에서 푹 쉬고 내일 좋은 컨디션으로 일하자는 마음이었는데 어쩐지 지하철에서도, 집으로 돌아와 남편과 저녁을 먹으면서도 자꾸만 회사 일이 생각났다.

내 몸은 분명 퇴근했는데 내 마음은 아직도 일하는 중이었다.

오늘은 쉬어요


그런 나를 보고 남편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묻는다.

“오늘 끝냈어야 하는 업무였어요?”

“그건 아닌데 요즘 바빠서 제날짜에 마무리 못할까 봐요.”

“어차피 집중 안 됐다면서요. 그럼 앉아있었어도 피곤하기만 했을 거예요. 내일 가서 하고, 오늘은 쉬어요.”
나를 걱정하며 다독이는 남편 덕에 잠깐 마음이 편안해졌다. 하지만 나를 달래려는 남편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업무에 대한 생각은 다시 나를 짓눌렀다.


남편이 잠들고 불 꺼진 방 안에서 홀로 업무 메일을 확인하며 아침에 처리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정했다. 그렇게라도 마음속 불안을 잠재우고 싶었다. 하지만 업무 메일을 하나둘 열어볼수록 마음만 조급해져갔다. 그렇게 쉬는 것도 자는 것도 아닌채로 밤의 시간을 다 써버리고는 출근길에 올랐다. 잠을 설친 탓에 눈은 모래알이 들어간 것처럼 까끌거리고 컨디션은 어제보다 더 좋지 않았다.


더는 일의 속도가 늦춰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낮은 것부터 해나가기로 했다. 단순 업무를 쭉 리스트업 해놓고 도장 깨기 하듯이 하나하나, 메일을 보며 긴급하거나 공유해야 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처리해놓고 한숨 돌렸다.

그제야 아침에 내려놓은 커피가 눈에 들어왔다. 한 모금 들이켜니 차게 식어버린지 오래다. 어쩐지 식어버린 커피가 일에 대한 내 마음의 온도 같았다.


'어떻게 좋아하는 마음이 한순간 사라져 버릴 수 있나' 하며 나조차도 어리둥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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