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싫은 이유’와 ‘일이 좋은 이유’
나는 내 일을 꽤 오랜 시간 좋아했고 천직이라 생각해왔다. 그래서 ‘왜 일이 싫어진 건지’ 그 이유를 알아야 했다. 일이 권태로운 건지, 특정 업무가 싫은 건지 도대체 일의 즐거움을 앗아간 게 무엇인지 그 원인을 찾고 싶었다. 머릿속을 아무리 헤집어도 떠오르는 답은 없었고, 머리도 식힐 겸 옥상에 올랐다. 불어오는 찬바람에 마음을 어지럽히는 생각도 날아가 주길 바랐지만 얼굴만 시릴뿐이었다. 뒤숭숭한 마음 그대로 콧물을 훌쩍이며 자리로 돌아왔다.
종이 한 장을 펼쳤다. ‘일이 싫은 이유’ VS ‘일이 좋은 이유’를 적어 놓고 하나둘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얼마간 슬펐다. ‘일이 싫은 이유’는 막힘없이 쭉쭉 써 내려가면서, ‘일이 좋은 이유’는 몇 가지 되지도 않는데 그마저도 한참 생각하다 적어나갔다. 더듬거리면서도 어떻게든 일이 좋은 이유를 찾으려 애쓰는 나를 발견했다. 내가 아직 일을 좋아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일이 싫은 이유가 수만 가지 되더라도 일이 좋다고 희미하게 외치는 마음의 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다.
아직 좋아하는 마음이 남아있으니 일을 당장 그만두지는 않을 테고, 어떻게 싫은 감정을 덜어낼 수 있는지 방법을 찾아야 했다. 여러 이유가 적힌 종이를 보며 나는 일 자체보다는 촉박한 일정과 몰린 업무를 힘들어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니 조정을 해야 했다. 이것만 해결하면 일의 기쁨과 즐거움을 다시 깨닫게 될 것만 같았다. 나만큼이나 일에 치여 헉헉거리고 있는 팀장을 조심스레 불렀다.
안 듣고 싶네요
“팀장님 드릴 말씀 있는데요”
“아… 안 듣고 싶네요”
“회의실에서 보시죠”
팀장님은 내가 그만둘 거라고 생각했는지, 회의실로 가는 내내 어기적 어기적 걸었다.
팀장이 앉자마자 나는 “저 일 좀 줄여주세요. 이대로는 못합니다”라고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자 팀장은 우리 팀원이 얼마나 일이 많은지 팀원 한 명 한 명의 업무를 줄줄 읊었다. 머리가 핑 돌았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아! 나는 일이 싫은 게 아니라 지금 이 상황이 싫은 거구나’하고 말이다.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에요. 일정이 너무 겹쳐서 이도 저도 못하고 있어요. 이러다 크게 사고 치느니 일을 덜어주면 집중도 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적 없는 애가 일 못하겠다고 단호하게 말하니 팀장은 어떤 업무가 겹치고 부담인지 물었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함께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무언가 해결된 건 아니지만, 함께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이는 기분을 느꼈다.